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지만, 더 깐깐해진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24일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서 더 큰 할인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소매업체들의 실적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 2년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11월 4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의 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까지의 기간이 연중 가장 큰 세일 시즌으로, 일반적으로 쇼핑 대목으로 인식된다.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올해 11월과 12월 미국의 온라인 소매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작은 폭의 성장세다.
어도비의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어도비 애널리틱스도 앞으로 두달 간 미국의 온라인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보다는 높지만, 팬데믹 이전 연평균 성장률인 13%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다만 마스터카드는 올해 미국의 온라인·오프라인 매출이 작년보다 3.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성장률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매출의 실시간 집계가 어려워 정확한 수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난 일부 소비자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폭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세일 폭이 더 커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블랙프라이데이인 이날 오전 6시 코네티컷주 뉴밀퍼드의 월마트 주차장은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매년 블랙프라이데이 새벽에 이곳을 찾는다는 쇼핑객 테리사 포스버그는 로이터에 “올해는 훨씬 조용하다”고 말했다.
시카고의 쇼핑 거리 ‘매그니피센트 마일’을 찾은 폴 아렌(69)은 과거 백화점에서 70%까지 할인을 제공하던 시절을 기억한다며 “더 이상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 그들(소매업체)이 하는 것은 팔리지 않는 재고를 정리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뉴저지주 웨인의 윌로우브룩 몰을 찾은 알리사 파넬리는 블룸버그에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웨딩슈즈를 쇼핑하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며 “좋아하는 브랜드가 25% 할인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세일 가격”이라고 말했다.
언론들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소비 위축의 일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상승률이 완만해지고 있지만 많은 상품 가격이 2년 전보다 비싸졌다.
게다가 금리가 높아져 주택과 자동차 구입 비용도 상승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지난해 말에는 팬데믹 기간 공급망 혼란으로 2021년 제때 도착하지 못한 상품들이 재고로 쌓였고, 소매업체들은 재고를 정리하기 위해 큰 폭의 할인을 제공했다. 이에 지난해 소매 매출이 크게 늘었다.
따라서 일부 소비자들은 올해도 지난해만큼 큰 할인 폭을 기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의 바버라 칸 교수는 “사람들이 가치소비를 더 하게 됐다”며 “더 보수적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소매협회(NRF)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미국인 1억3070만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쇼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달 초 NRF가 미국 성인 84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쇼핑객들은 1인당 연말 쇼핑에 작년보다 42달러 늘어난 평균 875달러를 지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