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 민주당의 밥 메넨데스 상원 의원(뉴저지) 부부를 둘러싼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5년 전 부인이 낸 사망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 남편의 영향력이 작용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부인 내딘 메넨데스가 2018년 12월 벤츠를 몰다가 사망사고를 낸 뒤 음주측정이나 마약검사를 받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고 경찰 보고서 등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석연찮은 상황이지만 경찰은 내딘의 음주운전 등 범죄 혐의를 확인하는 대신 피해자의 사고 이전 행적을 추적했다.
출동한 경찰관이 내딘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것 같았고, 그를 눈에 띄게 보호해줬다는 목격자 진술도 나왔다.
당시는 부부가 결혼하기 전으로, 각자의 배우자와 이혼한 상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2018년에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번에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집트계 미국인 사업가 와엘 하나도 내딘이 메넨데스 의원에게 소개해줬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교통사고는 부부가 또다른 벤츠 승용차를 뇌물로 받은 동기가 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내딘이 와엘 하나에게 차가 없다고 불평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고 밝혔다. 메넨데스 의원은 또다른 사업가 호세 우리베에게 새 자동차를 살 돈을 받는 대가로 우리베가 관련된 사건을 잘 봐달라고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리처드 쿠프가 숨진 지 4개월 뒤 내딘은 6만달러(8100만원)짜리 벤츠 C-300 컨버터블을 구입하고선 우리베에게 “절대 잊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내딘은 메넨데스 의원에게도 새 벤츠를 산 것을 자축하는 문자를 했다.
뉴욕 맨해튼연방지검은 지난달 연방 상원 외교위원장인 메넨데스와 그의 부인 내딘, 유명 부동산 사업가인 와엘 하나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부부의 자택 옷장 등에서 55만 달러(약 7억3000만 원)의 현금과 10만 달러(약 1억3천만 원) 상당의 금괴 13개를 압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부부는 모두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쿠바 이민자 출신인 메넨데스 의원은 “검찰이 각종 사실을 악랄한 프레임에 짜 맞췄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민주당 내에서조차 자진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