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전하는 해결의 열쇠는 ‘존중의 언어’
부부 갈등의 가장 흔한 원인은 돈 문제도, 시댁·처가 문제도 아닌 ‘말투와 태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크 트래버스 박사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부부가 갈등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말투, 표정, 태도”라며 “이러한 요소들이 무시나 경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래버스 박사가 인용한 온라인 조사기관 유고브(YouGov)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부부싸움의 주요 원인으로 ‘대화 중 말투와 태도’가 지목됐다. 높아진 목소리, 비꼬는 말, 눈을 굴리는 행동 등은 겉으로는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관계를 급속도로 악화시킬 수 있는 신호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경멸’을 이혼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위험한 감정 중 하나로 본다. 트래버스 박사는 “갈등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기분이 나빠. 다시 말해줄래?’라고 정중히 요청하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갈등은 단지 부부 둘 사이의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다. 시댁이나 처가, 자녀 교육 방식을 둘러싼 문제 등에서 한쪽이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 갈등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트래버스 박사는 “서로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감정이 갈등을 키운다”며 “당신은 내 가족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집안일 역시 부부 갈등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 근본에는 ‘집안일 자체’보다 불균형한 분담과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인정 부족이 있다. 한쪽이 단순히 청소나 요리를 넘어 가족의 스케줄과 감정까지 챙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수고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래버스 박사는 “상대방의 노고를 알아차리고 ‘당신이 이렇게 많은 걸 해주는 줄 몰랐어.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은 줄어들 수 있다”며, 이후에는 역할을 현실적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50:50의 분담이 아니라 하더라도 ‘서로가 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화 방식 자체도 갈등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감정적으로 닫힌 채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문제는 본질에서 멀어지고, 싸움은 ‘왜 대화가 이렇게 안 되냐’는 새로운 주제로 번지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트래버스 박사는 ‘5초 규칙’을 소개했다. 미리 정한 단어나 신호를 통해 “지금 대화가 위험해지고 있으니 잠깐 멈추자”는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다. 이후 다시 대화를 시작할 때는 “당신이 왜 화가 났는지 알고 싶고, 나도 이해받고 싶다”는 태도로 접근하면 갈등은 감정적 충돌이 아닌 ‘이해의 과정’으로 바뀔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