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방문한 한국남성, 인종혐오 집단폭행 당해

용의자 4명 도주…경찰 , 상해·모욕혐의로 조사·녹화영상 확보

독일 수도 베를린의 한 지하철역에서 한국인 30대 남성이 신원 미상의 남성 4명으로부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모욕과 공격, 폭행을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은 한국인 남성에게 “중국인이냐”고 시비를 건 뒤 외국인 혐오와 동성애 혐오적 발언을 퍼부으면서 접근해 얼굴 등을 폭행하고 발로 걷어찬 뒤 도망쳤다.

베를린시 범죄수사국 산하 경찰 보안대는 10일(현지시간) 베를린 지하철역에서 35세 한국인 남성을 폭행해 부상을 입히고, 외국인 혐오와 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모욕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4명의 남성은 9일 오후 9시 15분께 쇠네베르크 시청 지하철역의 벤치에 앉아있던 한국인 남성 A씨에게 접근해 “중국인이냐”고 시비를 걸었다.

이들은 A씨에게 외국인 혐오와 동성애 혐오 발언을 퍼부으면서 모욕한 뒤 한 명이 다가와 얼굴을 때렸고, 나머지 세 명도 가세하면서 손으로 치고, 발로 걷어차는 등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이들 중 2명은 A씨가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느냐”고 되묻자 터키인이라고 답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 모두 범행 후 도망쳤다.

이 공격으로 A씨는 얼굴과 다리에 상처를 입었고, 안경도 훼손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베를린을 방문 중인 A씨는 인근 파출소에 범행을 신고했다.

경찰은 지하철역의 녹화영상을 확보하는 한편, 구급대를 불러 A씨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독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이 늘어났다.

독일 베를린자유대, 훔볼트대, 독일 통합이민연구센터가 연구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일 내 아시아계 700명 등 4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중 49%는 팬데믹 속에 직접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인종차별 사례 중 62%는 언어적 공격이었고, 11%는 침을 뱉거나 밀치거나 살균제를 뿌리는 등의 신체적 폭력이었다.

나머지 27%는 병원에서 예약을 받지 않는 등의 제도적 배제였다.

대부분의 인종차별은 거리를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이뤄졌다고 응답자들은 전했다.

“아시아계 증오범죄 멈춰라”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아시아계 2세들이 28일(현지시간) 독일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멈추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202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