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전고용’ 근접, 새로운 인플레이션 위험?

전문가들 “임금과 물가 악순환 시작됐다”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근접했으며 이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완전고용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과 일자리의 숫자가 비슷해 누구나 원하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상황이다. 이 수준을 넘으면 임금 인상 압력이 생기고 고용주는 이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해 물가가 오르게 된다.

신문에 따르면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실업률이 내려가고 임금 상승은 가팔라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완전고용에 가까워지고 있거나 이미 도달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달 일자리는 19만9000 개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월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달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4.7% 올랐다.

이 같은 통계는 고용할만한 노동자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로 39년 만에 최고를 찍은 상황은 완전고용의 요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경제 전문가인 손성원 미 로욜라 메리마운트대학 교수는 미국이 완전고용 이상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고임금이 고물가의 한 원인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멕시코 음식 체인 치포틀레가 높아진 노동비용 때문에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연준도 전날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미 동부 연안 일부 지역의 많은 기업이 임금을 올리고 상승한 노동 비용을 최종 가격에 반영시켰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대부분 노동자에게 지난 1년간 소비자 물가는 급여보다 많이 올랐으며, 이제 이들은 고용주에게 임금을 인플레이션 수준만큼 올려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이익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더 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올해 물가가 3∼4% 오르고 임금 상승률은 이보다 높은 5∼6%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이 시작됐다”면서 “일단 시작되면 스스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론적으로 임금이 노동자 생산성보다 빠르게 높아지면 물가가 오르거나 기업의 이익 마진이 줄어든다.

미국은행협회는 올해 임금이 4.5∼5% 상승하고 기업들은 기술투자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투자는 생산성을 높여 기업들이 비용을 낮출 수 있게 해준다. 은행협회는 공급망 병목 현상 완화로 올해 인플레이션이 3%로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완전고용 달성과 관련한 논쟁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노동력 규모다. 지난달 미국의 노동력 규모는 팬데믹 전보다 1.4%(290만명) 줄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8월까지 240만명이 팬데믹으로 조기 은퇴했다고 추산했다.

손 교수는 일부 노동자들이 집에 머물면서 배우자가 일하는 동안 자신은 아이를 돌보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취업에 대한 자세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일터로 복귀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시장에 아직 고용 증가 여력이 있으며 현재의 인플레이션에는 임금보다 다른 요인이 크다는 견해도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7%로 높아진 것은 노동시장 과열과 임금 상승 때문이 아니라 공급망 혼란과 부양책에 따른 수요 증가로 상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고용 시장을 위해서도 물가 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최대 고용을 달성하려면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팬데믹 직전보다 36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부자연스럽게 낮은 실업률은 팬데믹으로 구직자가 줄었기 때문이며,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고 가계의 보유 현금이 줄어들면 노동자들이 복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