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새 교황 ‘레오 14세’(본명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69세)가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고 첫 일성으로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는 인사로 전 세계에 첫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에 선출된 레오 14세는 미국 일리노이주 출신으로, 역대 교황 중 최초의 미국인이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1일 선종한 이후 추기경단 비밀회의(콘클라베)에서 4차 투표 만에 3분의 2 이상 득표로 선출됐다.
레오 14세는 이탈리아어에 이어, 자신이 오랜 기간 선교사로 봉사했던 페루를 떠올리며 스페인어로도 같은 인사를 반복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를 위해 대화의 다리를 세워야 한다”며, 교황으로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여정에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나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이지만, 무엇보다도 크리스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함께 걸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교단이나 국적을 넘어선 신앙의 연대를 역설했다.
교황청 소식통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는 포용적 지도력, 그리고 북미와 라틴 아메리카 문화에 모두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젊은 시절 대부분을 중남미 지역에서 보낸 그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실천해온 현장형 목회자로도 알려져 있다.
레오 14세의 즉위는 세계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글로벌 정세와 외교에서도 중요한 변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바티칸의 대외 정책과 교회 쇄신 방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