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에서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친 팔레스타인 ‘반전 시위’가 격화 조짐을 보이자 경찰이 시위대 강제 해산에 나섰다.
지금까지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체포된 인원은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일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폭력 시위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직접 경고한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섬광탄과 고무탄을 쏘고 총까지 발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과잉 대응 논란도 일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지난달 17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재점화된 뒤 미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학교와 행정 당국의 요청으로 시위대 해산과 진압에 공권력이 투입됐다.
이날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에서도 경찰이 시위대가 세운 바리케이드와 텐트를 해체하고 시위대를 체포했다
AP 통신은 이날 UCLA에서만 최소 200명이 연행됐다고 전했다.
진압봉과 헬멧, 방탄조끼 등으로 무장한 경찰 수백명이 농성장에 진입해 시위대를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시위대가 소화기와 물병 등을 던지는 등 대치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진압 작전은 3시간여만에 끝이 났다.
UCLA는 이달 1일 새벽 친이스라엘계 시위대가 친팔레스타인계 시위 캠프에 난입해 학생들을 때리고 텐트 안에 폭죽을 집어넣어 터트리면서 유혈사태가 빚어졌던 곳이다.
경찰 진압 현장을 중계한 CNN 방송에는 경찰이 섬광탄을 쏘는 장면이 포착됐다. CNN은 경찰이 UCLA 캠퍼스에서 고무탄으로 보이는 총알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뉴욕의 지역언론인 더 시티는 지난달 30일 컬럼비아대 시위 진압에 관여한 경찰관이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던 해밀턴홀에서 총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맨해튼지방검찰청은 이날 총기 사용 사실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맨해튼지검의 대변인은 총이 발사됐을 때 학생들이 근처에 없었고 다친 사람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앨빈 브래그 검사장이 이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P 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미 대학가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로 인해 지금까지 체포된 인원은 2천명을 넘는다.
공권력을 동원한 시위 진압이 잇따르자 대학 사회는 강력히 반발했다.
캘리포니아 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4만8000명의 대학원생을 대표하는 학술 노조는 학교 당국이 반전 시위를 단속한 것에 대해 이르면 다음 주 파업 투표를 할 예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노조는 “평화적인 시위를 축소하기 위해 폭력적인 무력을 사용하고 제재하는 것은 언론 자유와 변화 요구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파업 투표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는 또 캘리포니아 대학들이 교섭도 없이 시위 대응 방침을 바꿔 경찰을 동원한 행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브라운대 대학원 노조도 지난 3월 대학이 협상 없이 시위 관리 정책을 변경해 친팔레스타인 시위 참여 노조원들이 보복 위협에 시달렸다면서 대학을 고소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폭력 시위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미국의 근본적인 원칙인 표현·집회의 자유와 법치주의가 시험을 받고 있다면서 “둘 다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질서 회복을 위해 대학에 주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했다. 또 중동 정책을 재검토 의사도 없다고 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전날에는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 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서는 대학 내 유대인 학생들의 안전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