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 Octobe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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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버스] 미국 워터게이트와 한국 해병대게이트

미국 워터게이트와 한국 해병대게이트의 닮은꼴

닉슨의 오도된 상황 판단의 결과…윤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공직자 내부고발…해병대게이트는?

본보 이상연 대표기자가 한국 매체 뉴스버스에 기고한 칼럼을 전재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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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미국자신의 전임자(존 F. 케네디)에게 컴플렉스를 갖고 있던 대통령은 관료사회와 시민단체 곳곳에 반정부 세력이 널리 퍼져 있다고 믿었다. 그는 이들 반정부 세력이 진보진영이 장악한 미디어와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의 도움으로 정권을 위협한다며 거의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였다.

▶2023년 한국

자신의 전임자(문재인)가 현재의 모든 국가적 문제를 부른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대통령은 사회 곳곳에 반국가, 반정부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그는 이들 카르텔이 24시간 정부 비판만 하는 미디어 및 범죄단체인 민주당과 연합해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1971년 베트남 전쟁과 관련한 핵폭탄급 폭로 자료인 펜타곤 페이퍼가 언론에 유출되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참모들은 이러한 반정부 세력의 존재를 더욱 확신하게 됐고, 추가 기밀 누설을 막는다며 백악관 내에 ‘배관공(Plumbers)’이라는 비선 조직을 만들었다. 이 배관공들이 1972년 대선을 앞두고 워터게이트 빌딩 내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경비원의 신고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들의 소지품에서 백악관 관계자의 명함이 나오자 당시에는 지역 언론이었던 워싱턴포스트가 심층 취재에 나섰다.

1974년 대통령직 사임을 발표하고 있는 닉슨. (출처: 위키피디아)
1974년 대통령직 사임을 발표하고 있는 닉슨. (출처: 위키피디아)

닉슨과 측근들은 사건의 불똥이 대통령에게 튀는 것을 막기 위해 교묘한 방법으로 증거를 조작했고, 증인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방법 등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FBI(연방수사국)와 CIA(중앙정보국)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사실이 추후 드러났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관여한 적도 없고, 알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지만 결국 모두 거짓말로 밝혀졌고 오히려 수사 방해의 ‘몸통’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중도 사퇴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현재 한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해병대원 고 채수근 일병의 사망사건 수사와 관련한 한국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도 워터게이트 처럼 ‘최고 권력’의 수사방해와 핵심 관계자들의 거짓말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해 군법에 따라 경찰에 이첩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접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만약 대통령이 직접 국방장관에게 전화해 수사 결론이 바뀌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워터게이트 못지 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만일 대통령의 비뚤어진 결정을 관철하기 위해 측근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면, 대통령은 이 불법행위에 대한 자신의 직접 개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워터게이트의 교훈이기도 하다.

이번 ‘해병대게이트’와 워터게이트는 대통령에게 별 메리트가 없는 일이 잘못된 상황판단과 조급함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닉슨의 대선 상대인 조지 맥거번은 당시 민주당의 분열 등으로 애당초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았고 투표 결과 선거인단 520 대 13의 압도적인 차이로 닉슨의 재선이 확정됐다. 하지만 닉슨 재선본부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제거한다”며 무리하게 도청 작전을 실시했고, 그 결과는 매우 참혹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압력을 가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지라도 이러한 압력으로 인해 윤 대통령이 얻을 정치적 이익은 거의 없다. 무슨 개인적인 이해가 있는지는 몰라도 대통령실과 국방부 전체가 사단장 1명을 구하기 위해 이처럼 무리한 일을 시도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닉슨도 비밀작전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으며 한국 권력 실세들도 수사 결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으로 입건된 상태다. (사진=뉴스1)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으로 입건된 상태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현재의 한국 상황과는 다르게 용기있는 내부고발과 공직자들의 양심적인 저항이 결국 진실을 드러나게 했다. 백악관 보좌관 1명이 의회 청문회에서 “닉슨 대통령의 모든 통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존재한다”며 이른바 ‘스모킹 건’의 존재를 알렸고, 이 테이프가 대법원의 명령으로 공개될 위기에 처하자 닉슨은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는 특별 검사의 해임을 요구하는 닉슨에 맞서 법무장관과 법무차관은 잇달아 사표를 던졌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박정훈 대령은 진실을 알려줄 만한 녹음 테이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남은 것은 용기있는 내부고발과 양심선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