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과도 내각 총리와 정상회담…’반도체 동맹 논의’
뤼터 총리, 권력 이양 준비 중…결혼 안해 독신이기도
ASML, ‘아시아 허브’로 대만 지정…한국 투자는 속도 늦춰
본보 이상연 대표가 한국 매체 뉴스버스에 기고한 칼럼을 전재한다./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15일까지 3박 5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하는 네덜란드의 정상회담 상대인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미 정계 은퇴를 선언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회담의 의미가 퇴색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총리 취임후 13년간 장기 집권해 온 자유민주당(VVD) 소속 뤼터 총리는 지난 7월 자신이 제안한 전쟁 난민에 대한 이민규정 완화안이 연정의 반대로 무산되자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11월 22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성향의 자유당(PVV)이 승리하면서, 내년 1월 취임하는 차기 총리로 게르트 빌더스 당수가 유력하다. 외신들에 따르면 뤼터 총리는 현재 권력 이양을 준비하는 과도 내각(demissionary cabinet)을 이끌고 있어 새로운 정책 수립 등을 할 수 없는 명목상의 정부 수반이다. 뤼터 총리도 11월 총선에 앞서 “총선이 끝나면 사임하고 완전히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과도 내각은 외교 조약이나 협정을 맺지 않는 관례도 있다. 뤼터 총리는 결혼을 하지 않아 독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실은 “13일 마르크 뤼터 총리와 단독 정상회담 및 업무 오찬을 갖고 반도체 협력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AFP통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델란드의 세계적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 본사도 방문해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ASML은 지난해 아시아 거점 허브로 이미 대만을 선정하고 300억 대만달러(한화 1조 2,5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대만 링코지구에 104억 대만달러(한화 4,300억원)를 투자해 장비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 공장은 ASML이 아시아에 처음 건설하는 생산시설이 된다. 지난해 11월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발표한 화성 동탄 캠퍼스 건설 계획은 당초 예정보다 수개월 지연됐다. 1억8100만달러(2400억원)가 투자되는 이 계획은 생산시설이 아닌 부품 재제조센터와 트레이닝센터를 짓는 것이다. 베닝크 CEO는 당시 한국 기자들이 한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앞으로 5~10년간 노하우를 쌓고 연구개발(R&D) 능력까지 추가하면 생산공장을 세울 수도 있다”고 답했다. 네덜란드의 또 다른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은 지난 7일 미국 애리조나에 3억달러(42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생산시설을 확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번 윤 대통령 방문을 통해 ASML 및 ASM 등과 다양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MOU가 실제 투자 성과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생산을 줄이고 국내 투자를 강화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데는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ASML 등 세계적 장비업체의 생산공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ASML은 향후 재생에너지로만 장비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반면 윤 대통령은 유럽 등에서 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지 않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고,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