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거장, 별명은 ‘설악산의 화가’…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동화적 감성으로 표현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종학 화백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오는 11일 미국 애틀랜타 하이 미술관(High Museum of Art)에서 개막한다.
‘설악산의 화가 김종학(Kim Chong Hak, Painter of Seoraksan)’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70년에 걸친 예술 인생을 조망하는 회고전이자, 미국 내 첫 미술관 개인전이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1937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난 김종학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부 독재, 민주화 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파란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다.
그는 한국의 자연과 민속 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했으며, 특히 설악산 자락에 터를 잡고 자연을 주제로 한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했다. 설악산은 지난 20여 년간 그의 예술의 중심 무대가 되어 왔다.
김 화백의 그림은 채색이 화려하고 구성이 대담하며, 야생화와 나무, 곤충, 산 등을 주제로 한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동화적인 감성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작 ‘무제(풍경 시리즈)’(2021)와 ‘설산’(2008) 등은 그의 자연 예찬적 시각을 잘 보여준다. 작품 속 세계는 멀고 거대한 자연이라기보다는 친근하고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축제에 가깝다.
전시를 기획한 마이클 룩스 하이 미술관 현대미술 수석 큐레이터는 “김종학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30대 젊은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며 “그의 작업에는 어린아이 같은 경이와 직관이 살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김종학은 단순히 꽃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민속, 고유한 정체성을 끊임없이 화폭에 되살려온 문화적 아카이브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화백의 그림에는 전통 자수, 보자기, 기러기 장식 등 한국 여성의 민속 수공예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한다. 전시장 한켠에는 작가가 수집한 한국 전통 공예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큐레이터 룩스는 “김종학의 작업은 전통 여성 예술의 복원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애틀랜타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와도 문화적으로 연결된다. 하이 미술관 랜드 서퍽 관장은 “조지아주에서 한인은 2번째로 큰 이민자 커뮤니티이며, 그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한국 문화의 가치를 조명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을 환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악산의 화가 김종학’ 전시는 오는 11월 애리조나 피닉스 미술관으로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하이 미술관 회원을 위한 프리뷰 행사는 10일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열린다. 티켓 및 전시 관련 정보는 하이 미술관 홈페이지(high.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