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비리에 거짓말, 책임 전가까지 리더십 실패 ‘종합세트’
마지막으로 한인사회에 진솔한 사과 후 조건없이 퇴진해야
“측근들까지 모두 감옥 보내겠다”식의 감정적 대응도 곤란
김윤철 전 애틀랜타한인회장은 재임 당시 수많은 재정 비리를 저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한인회에 10만달러 이상의 부채까지 떠넘기고 2021년말 물러났다. 본보는 2020년 9월부터 1년 넘게 김윤철씨의 각종 비리를 낱낱이 공개했지만 전직 회장단과 원로들은 결국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다 퇴임 후에야 “역대 최악의 한인회장”이라며 뒤늦게 영구제명 조치를 취했다.
이후 취임한 사람이 바로 이홍기 회장이며 그는 취임 당시 김윤철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자신의 친구였던 김 전 회장을 넘어서는 ‘최악의 한인회장’으로 기록될 위기에 놓였다.
돈 문제만은 깨끗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홍기 회장은 보험금 수령 은닉에 이어 공금에 손을 대 재선 공탁금을 납부하는 등 상상을 넘어서는 불법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이를 감추기 위해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하거나 폐지하며 돈을 복잡하게 옮기는 회계 조작을 일삼았고 자신을 믿었던 주변 인사들에게 수없는 거짓말을 반복했다.
자신의 친구를 넘어선 이 회장의 ‘악행’은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자신이 온갖 회계조작을 해놓고 경찰 조사에서는 “사무장이 회계보고를 하기 때문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 과정에서도 찬반 양진영의 눈치를 보느라 역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중재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인회 비리 문제로 피소 위기에 처한 사무장과 임원들에게는 “내 돈으로 변호사를 사주겠다”며 큰 소리를 쳤지만 결국 한인회 재정에 책임을 떠넘긴 것은 덤이다.
이홍기 회장의 ‘실패한 리더십’ 때문에 한인사회는 양분되고 그를 도와주려던 수많은 인사들이 등을 돌렸다. 다음 음성파일은 이 회장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난해 한인회장 선거 과정에서 이재승 선관위원장과 짜고 ‘4년 회비 납부’ 규정을 밀어붙인 이 회장을 비판한 기자 등에게 욕설을 퍼붓는 내용이다. 이 파일이 심각한 것은 내용 보다는 그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잃고 있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회장과 관련된 음성파일은 이밖에도 여러개가 존재한다.
이홍기 회장의 육성 파일. 왼쪽의 ▶를 클릭하면 재생. (노골적인 욕설이 들어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인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이홍기와 측근들을 모두 감옥에 보내야 한다”거나 “한인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감정적인 대응 역시 현명한 처사는 아니다. 이미 경찰 고발과 수사 등으로 한인사회의 치부가 노출된 상황에서 법정 소송과 공개처형식 인신공격은 오히려 진영간 다툼을 낳고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
한인회 전 건립위원회가 19일 내놓은 성명서는 이같은 갈등에 불을 지피고 이홍기 회장의 퇴로를 막는 대표적인 패착이다. 이홍기 회장은 물론 주변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법적 대응 등을 경고하는 내용인데 이에 대해 배기성 전 회장은 “악인에게도 패거리가 있다”면서 “그들에게 패거리를 만들 기회를 제공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 한인회 관계자는 “성명서에 거론된 인사들이 이홍기 회장에게 연락하고 있으며 조만간 대책을 의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위의 음성파일을 들은 것은 7개월 전의 일이다. 하지만 이후 이 회장의 보험금 은닉 사실을 보도하면서 최대한 개인적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회장의 잘못이 컸지만 공격하는 쪽도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어 공정하게 양쪽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했다. 이홍기 회장의 최대 후원자로 꼽히는 주중광 UGA 석좌교수는 기자에게 “이 회장이 물러나야 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 건립위 측에서도 한인사회를 위해 대승적인 자세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어 “물론 이러한 결정의 전제는 이홍기 회장이 진솔하게 자신의 잘못을 한인사회에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아무런 조건없이 사과한다면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관용의 크기’를 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상연 대표기자
jae j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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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shame! He is a criminal and psycho.
Need to be punished to the fullest.
J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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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물탄 듯 어영부영 넘어가면 안 됩니다.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파렴치한이 발을 못 부치게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