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애틀랜타한인사회의 분수령 앞에서

50년 이민사 최초로 ‘분규단체’된 한인회…진짜 주인은 지역 한인들 잊지 말아야

2025년 5월,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혼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

제36대 애틀랜타 한인회장 선출을 두고 공식적으로 두 개의 세력이 각자의 정통성을 내세우며 평행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한인사회 원로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주축이 된 ‘애틀랜타한인회 재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백규)’, 다른 하나는 여전히 한인회관을 점유하며 회장직을 붙들고 있는 이홍기 씨 체제다.

비대위는 지난 3월 온라인 임시총회를 통해 이홍기 씨를 탄핵 결의하고, 5월 22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선거 절차를 둘러싼 비판도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해야 할 회장 선거 공고가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설명회 없이 특정 언론사의 광고 형식으로 갑작스럽게 공개된 점은 절차적 정당성에 큰 흠결을 남길 수 있다.

비대위가 자발적으로 출범한 시민주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내부 구성 또한 되돌아볼 지점이 있다. 현재 비대위는 비교적 소수의 인사 중심으로 운영되며, 여전히 ‘한인사회 명망가’로 인정받는 폭넓은 인재 영입에는 미흡한 상황이다. “무엇이 옳으냐”에만 집중하다 보면, “누가 대표할 수 있느냐”는 공동체의 신뢰 기반을 놓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지점도 있다. 비대위가 구성한 선거관리위원회는 비교적 다양한 배경과 경륜을 가진 인물들로 이뤄져 있어, 선거 공정성과 중립성을 기대할 수 있는 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관위원들이 지역사회에서 일정 부분 신뢰를 받는 인물들로 평가된다.

향후 비대위가 중심을 잡으려면 이 선관위를 전면에 세우고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위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반면 이홍기 씨 측은 더욱더 폐쇄적이고 정치적 색채를 띠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씨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극우 성향과 궤를 같이하는 차기 회장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인회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움직임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씨 체제 내부에서도 나오는 자정의 목소리가 철저히 묵살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합’과 ‘정상화’를 위해 나선 사람들의 제안이 묻혀버린 상황은 오히려 더 큰 분열을 낳고 있다.

지금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회장직 자리 싸움이 아니다. 공동체의 대표성을 둘러싼 신뢰 위기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공공 리더십’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양측 모두 ‘무엇이 옳은가’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진짜 한인회의 주인은 결국 애틀랜타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포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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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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