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21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40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압박이 세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극대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금 선물은 전장 대비 2.27% 상승한 온스당 34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 역시 장중 3393.34달러까지 올라 최고가를 새로 썼다.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오후 3시 58분 기준 3391.96달러로 전일 대비 1.96% 상승했다.
올해 들어 금값은 29% 넘게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0거래일 기준 저점 대비 상승률은 14%를 넘겼다.
금값 상승의 주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가 가져온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달러화 약세,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확대 기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도 12주 연속 증가해 2022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발표에서 “금값이 내년 중반까지 온스당 4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일부 분석가들은 3500달러 선에서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날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원하면 바로 사임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발언도 금값 급등의 배경으로 꼽혔다. 정치적 개입 논란에 불을 지핀 이 발언은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외환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8.166까지 하락해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0.62엔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보였다. 유로화와 독일 국채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대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이날 8만7500달러를 넘어서며 이달 초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산 다변화와 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과 함께 비트코인을 선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편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 지수와 대만 자취안 지수는 하락한 반면, 한국 코스피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상승 마감했다. 홍콩 증시는 부활절 휴장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도, 향후 미 연준의 금리 정책, 지정학적 리스크, 달러 흐름 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