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글이 코로나19 감염 막아줄까

미국 연구진 “가글액에 바이러스 비활성화” 논문

NYT “바이러스 종류 다르고 임상시험 없어” 지적

구강청결제(가글액)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가글로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러스학·감염병 전문가 등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가글액, 코 세척제, 아기용 샴푸 등이 인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229E(HCoV-229e)를 비활성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229E 바이러스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와 유전적으로 유사하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229E 바이러스를 이들 제품에 각각 30초, 1분, 2분씩 노출한 결과 바이러스의 90∼99%가 비활성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글액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보호책이 될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바이러스학 저널’에 게재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연구만 보고 가글액을 코로나19 퇴치제로 여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해당 연구에 사용된 229E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구조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종이다. NY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229E바이러스보다 훨씬 심각한 질환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컬럼비아대 바이러스학자인 안젤라 라스무센은 두 바이러스를 대체 가능한 것으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연구에 임상시험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가글액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실제로 제품을 사용케 해 전후 바이러스 상태를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가글액의 효용성이 입증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예일대 감염병 전문가인 마리카 말리니스 박사는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기 전까진 아무것도 확실한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가글액으로 입을 헹궜을 때 구내 바이러스가 비활성화된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체내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하진 못한다고 NYT는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입과 코뿐 아니라 가글액이 닿지 않는 목과 폐 등에도 침투해 상당량이 몸에 남아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가글액이나 코 세척제로 몸속 감염 바이러스를 없애려는 행위는 마치 잡초의 뿌리는 그대로 둔 채 윗부분만을 자르고 해충이 없어지길 기대하는 것만큼 헛되다”고 지적했다.

포비돈요오드를 섞은 가글액이 코로나19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오사카의 한 약국 가글액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사진=도쿄주니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