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완전한 자율주행차 수십 년 걸린다”

머스크 등 장밋빛 예언 빗나가…획기적 AI 진전 없이는 불가능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5년 “어디든”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2∼3년 내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듬해 존 짐머 리프트 CEO는 한술 더 떠 자율주행차 개발로 개인이 자가용을 소유하는 시대가 2025년까지 “거의 끝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장밋빛 예언은 이미 빗나갔거나 불발되기 일보 직전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언제 나올지 장담하지 못한다.

CEO나 투자자들과 달리 인공지능(AI), 시스템 엔지니어링, 자율기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데 아마도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들어간 투자금이 총 800억 달러(약 89조 원)를 넘었지만, AI 기술의 획기적 진전 또는 전면적인 도시 재설계 없이는 기업들이 약속한 형태의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지난 2019년까지도 ‘내년에 자율주행 테슬라 로보택시가 데뷔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머스크 CEO조차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이다. 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사람의 감독을 받지 않는 일반적인 완전 자율주행이 작동하려면 대부분의 AI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들이 자율주행차라고 광고하는 기술은 실제로는 운전자 보조시스템에 불과하고, 지리적으로 제한된 테스트 장소와 이상적인 날씨를 갖춰야만 실질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례로 제너럴모터스(GM) 자회사인 크루즈가 운전석에 아무도 앉지 않는 자율주행차를 시험 중이지만, 자동차 주행 성능을 모니터링하는 사람이 뒷좌석에 앉아야 한다.

알파벳 자회사 웨이모의 로보택시 서비스는 피닉스에서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만 소규모로 운영 중이고, 자율주행트럭 스타트업인 오로라 역시 초기 출시하는 자사 제품은 고해상도 3차원 지도가 있는 고속도로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몇몇 기업 관계자들은 제한적 수준의 자율주행차라도 많이 운행할 경우 여기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자율주행 기술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험주행 데이터가 AI의 근본적인 결점을 보완할 수 없다고 본다.

컴퓨터과학자인 메리 커밍스 듀크대 인간자율연구소장은 AI의 지능이 원시적인 형태에 불과하다며,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AI가 ‘지식기반 추론’에서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난로가 뜨겁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면 아이는 이러한 지식을 다른 난로에도 적용해 함부로 만지지 않겠지만, AI는 한 난로에서 배운 교훈을 다른 난로에 적용하지 못한다. 모든 난로에 대해 개별적으로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AI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려면 모든 가능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초정밀 지도를 만들고, 지도에 없는 돌발 상황과 맞닥뜨리지 않도록 자주 업데이트하는 수밖에 없다고 WSJ은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웨이모의 자율주행 전기차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