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인도발 델타 변이, 얼마나 위험한가?

4차 대유행’ 촉발 우려, 미국선 ‘매주 2배로 증가’

미접종자 가장 위험…”확산 막으려면 백신 필수”

전국적 확산 대신 ‘하이퍼로컬’ 지역발병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200명을 돌파하면서 4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에 대한 공포와 염려가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인도에서 처음 보고된 델타 변이는 전 세계 최소 98개국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델타 변이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전파되고 백신 저항력이 더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 견해와 해외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델타 변이가 무엇인지, 전파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요약해 본다.

◇ 얼마나 빨리 퍼지나

영국 공중보건국(PHE)에 따르면 6월 중순 기준 델타 변이는 영국 신규 감염의 99%를 차지했다. 또한 8월 말이면 유럽 전체 감염의 90%를 델타 변이가 차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에서는 수도 워싱턴DC와 전체 50개 주에서 델타 변이가 발견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월19일 기준 델타 변이가 미국 내 신규 감염의 26%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했었다.

그로부터 2주 전인 6월5일 미국에서 델타 변이가 차지한 비율은 약 10%였으니 2주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7월 현재 델타 변이는 미국 감염 건수의 약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CDC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3일까지 델타 변이는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의 51.7%를 차지한다. 마크 멀리건 뉴욕대학교 랭곤 백신센터 소장은 “지난 한두 달 동안은 2주 마다 두 배씩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의 앤드루 페코쉬 면역·분자미생물학 교수는 CNN을 통해 “잉글랜드의 데이터를 보면 델타 변이가 영국발 알파 변이를 영국에서조차 능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델타 변이가 전염력이 더 강하다는 결정적인 증거”라며 “미국에서도 매우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델타를 비롯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를 진단하는 표준 검사로는 검출해 낼 수가 없다. 감염자에게서 채취한 샘플을 특수 실험실로 보내 게놈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CDC나 분석 기관들은 돌려받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치를 낼 수밖에 없다. 즉 델타 변이 관련 수치를 발표할 시점이면 실제로는 이미 더 많이, 더 넓게 확산돼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페리 윌슨 예일대 의대 전염병 전문가는 “(델타 변이의) 증가세가 상당히 드라마틱하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의 전파 속도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전염력이 50% 강한 알파 변이보다도 약 50%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윌슨 박사는 누구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환경이라고 가정했을 때 코로나19 감염자 1명이 2.5명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면, 같은 환경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 1명은 3.5~4명에게 전염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 델타 변이 예방은 가능한가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의 백신 저항력이 더 강하기는 하지만 접종을 통한 예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PHE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차까지 접종시 예방효과가 각각 87.9%, 59.8%를 보였다. 독감 백신의 예방효과가 보통 40~60%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델타 감염률이 90%에 달하는 이스라엘에선 한 달 전부터 화이자 백신의 예방효과가 대폭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보건부에 따르면 델타 변이가 확산하기 이전인 5월 94.3%에 달하던 화이자 백신의 유증상 코로나19 예방률은 한 달 만인 6월6일 기준 64%로 떨어졌다. 이스라엘은 인구 약 930만 명 중 약 60%가 적어도 1회 백신을 맞았다. 모두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이스라엘 보건부의 발표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델타 변이가 백신 효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주요 수치만 인용했을 뿐 그 밑에 깔린 다른 요인이나 데이터 등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시 자 브라운대학교 공중보건대 학장도 “데이터에 따르면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 백신이 코로나19에 대해 높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고 특히 중증 질병에 최고의 보호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나라면, 백신을 맞았다면 걱정하지 않겠다”고 섣부른 결과 도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가장 위험한 사람은 ‘백신 안 맞은 사람’

델타 변이 감염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사람은 백신 미접종자다. 미국에선 백신 접종률이 가장 낮은 중부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아동·청소년 및 청년층도 감염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치 일디림 예일 의대 소아전염병 전문가는 영국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50세 이하 성인과 아동의 델타 변이 감염가능성이 2.5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진행중인 가운데 더 어리거나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변이든 감염될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델타 변이, 전국적·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일단 델타 변이가 광범위하게 퍼지기보다는 ‘하이퍼로컬’, 즉 지역적으로 집중 발병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윌슨 박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델타 변이에 감염될지 여부는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내 지역 주민이 얼마나 많이 백신을 접종했는지에 부분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윌슨 박사는 이를 ‘패치워크(조각보) 접종'(patchwork vaccination)이라 부른다고 말하며 “예컨대 한 지역은 접종률이 높고 바로 옆 지역은 접종률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바이러스는 (높은 접종률의) 지역을 뛰어넘어 접종률이 낮은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예로 높은 접종률을 보이는 지역에 낮은 접종률의 지역이 둘러싸인 경우라면 델타 변이가 접종률이 낮은 지역 안에만 머물러 있게 되며 이는 ‘하이퍼로컬 발병’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특정 지역에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델타 변이에 감염되면 지역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고 더 많은 사망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 가운데 하나다.

◇ 빠른 확산 막으려면 백신 접종 ‘필수’

델타 변이가 기존의 바이러스보다 중증도가 더 심한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지 등에 대해선 아직까진 더 많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델타 변이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확산을 늦추려면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백신 접종을 끝마치고 완전히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관련 당국의 지침을 따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윌슨 박사는 건강상 또는 다른 개인적·상황적인 이유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며 델타 변이가 접종 대상인 사람들에게 접종을 하도록 장려하기에 충분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임상검체 백신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2021.2.1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