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섹션 특집기사 통해 한국인의 소울푸드 조명
셰프들 조언통해 ‘집에서 맛있게 즐기는 법’ 소개
짜장면 한 그릇이면 한국 친구를 단번에 어린 시절로 돌려보낼 수 있다.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돼지고기와 볶은 양파가 듬뿍 들어간 깊고 진한 검은 소스, 쫄깃한 면발에 얹어 먹는 이 요리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푸드섹션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인의 소울푸드 짜장면을 소개하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치트 데이(Cheat Day, 다이어트 도중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는 하루), 생일, 이사 날에 짜장면을 찾는다. 연인이 없는 이들은 매년 4월 14일 ‘블랙데이’에 혼자 짜장면을 먹으며 쓸쓸함을 달랜다”고 전했다.
짜장면은 중국 요리 ‘자장면(炸酱面)’에서 유래해 20세기 초 인천에 정착한 중국 이주 노동자들에 의해 한국식으로 변형됐다. 시간이 흐르며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더 달고 진한 맛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고유의 향과 맛을 지닌 독보적인 요리로 자리잡았다.
달고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 가득한 짜장면의 맛은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에서는 ‘감칠맛’을 뜻하는 단어 ‘감칠맛(감칠 맛)’으로 표현되곤 한다.
◇ 깊은 맛의 비결은 ‘춘장’과 ‘시간’
뉴저지 포트리의 동보성(Dong Bo Sung) 셰프 김기창은 소스를 만들 때 양파를 천천히 갈색이 될 때까지 볶고, 돼지기름을 충분히 우려낸다. 이 과정을 통해 소스에 단맛과 깊은 풍미가 더해진다. 여기에 춘장(黑豆醬)을 돼지기름에 볶아 쓴맛을 줄이고, 물이나 육수를 넣어 그레이비 형태로 만든다.
춘장은 흑콩, 밀가루, 카라멜, 소금으로 만들어지며,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고추장이나 된장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짜장면에서 만큼은 주인공이다. 중국식 천면장(甜麵醬)과 비슷한 풍미를 지니며, 그 어두운 단짠 맛은 단숨에 짜장면의 풍미를 끌어올린다.
◇ “식초 한 방울, 고춧가루 한 꼬집이 비법”
한식 요리책 『Umma』의 저자 사라 안(Sarah Ahn)은 어머니 남순 여사에게서 배운 팁을 공유하며 짜장면에 식초 한 방울과 고춧가루 한 꼬집을 더하면 은근한 감칠맛을 살릴 수 있다고 전한다. 의외로 많은 한국인들이 이 조합을 잘 알지 못해 SNS에 올리자 놀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기사를 작성한 NYT 에릭 김 기자가 어머니로부터 얻은 비법은 조금 더 실용적이다. 전분물 대신 강판에 간 감자를 사용해 소스를 걸쭉하게 만들면 텁텁함 없이 더 자연스럽고 고소한 맛이 난다. 감자의 흙내와 단맛이 캐러멜화된 양파, 양배추, 돼지고기와 어우러지며 전체적인 풍미를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 좋은 면이 짜장면의 완성
면발에 대한 정성도 중요하다. 쫄깃하고 탄력 있는 생면이 가장 좋지만, 구하기 어렵다면 라면용 면이나 우동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뉴욕 맨해튼의 한인중식당 상하이몽(Shanghai Mong)의 오너 이토라 씨는 삶은 면을 찬물에 헹궈 전분기를 없앤 뒤 다시 뜨거운 물에 넣어 데워서 낸다. 이 과정을 통해 면발의 탄력과 식감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신문은 “전통과 추억, 그리고 각 가정의 비법이 깃든 짜장면. 단지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한국인에게는 마음의 고향 같은 요리다. 소스 하나, 식초 한 방울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쓴다면, 그 한 그릇은 단순한 면 요리를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추억의 한입이 된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