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3편 진입…올드보이·살인의 추억 나란히 43위·99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가운데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드보이’(43위), ‘살인의 추억’(99위)까지 포함해 한국 영화 3편이 동시에 순위에 오른 것은 전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NYT는 22일부터 영화 전문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2000년 1월 이후 개봉된 전 세계 영화 가운데 최고작을 선정해 100위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해왔다. 그리고 26일 밤, 마침내 1위의 주인공으로 봉준호 감독의 2019년작 ‘기생충’을 발표했다.
NYT는 ‘기생충’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거침없는 사회풍자와 블랙코미디, 비극적 폭력을 자유롭게 오가며 영화의 긴장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고 극찬했다.
이어 “‘기생충’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계층 격차에 대한 강렬한 고발이자, 풍자와 쾌감, 그리고 충격을 모두 담아낸 현대 영화의 걸작”이라며, “처음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만 해도 아트하우스 팬들이 주목한 작품이었지만, 종영 무렵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자 전 세계가 사랑한 슈퍼스타 감독 봉준호를 탄생시켰다”고 평가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세계 영화사에 신기록을 세운 작품으로, 이번 선정은 그 상징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앞서 순위에 포함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43위에 랭크됐으며, NYT는 “최민식의 망치 액션으로 대표되는 강렬한 비주얼과 극단적 감정의 진폭이 마지막까지 관객을 몰아붙인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살인의 추억’은 99위에 선정되었으며, “할리우드의 문법을 거부한 한국형 형사물로, 봉 감독 특유의 유머와 드라마가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한계를 탐구한다”고 평했다.
이외에도 한국계 캐나다 감독 셀린 송의 ‘패스트 라이브즈’가 86위에 오르며, 한국계 창작자들의 글로벌 영향력도 확인됐다. NYT는 이 작품에 대해 “시간, 사랑, 운명에 대한 섬세한 성찰로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찢어놓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국 영화 세 편이 동시에 NYT 선정 100위 안에 포함된 것은 단순한 성과를 넘어, 세계 영화사에서 한국 영화가 차지하는 위상과 문화적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특히 ‘기생충’이 당당히 1위에 오르며, 봉준호라는 이름은 이제 세계 영화계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의 반열에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