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28·자유계약선수)의 2023년은 만화처럼 시작해 영화처럼 막을 내리고 있다.
올해 오타니는 마운드와 타석에서 수많은 새역사를 집필했고 16일 발표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AL) 수상자로 뽑히며 대미를 장식했다.
오타니는 올해 초에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3월 22일 미국과 결승이 백미였다. 9회말 마지막 투수로 나온 오타니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팀 동료였던 현역 최고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를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WBC MVP를 받은 오타니는 곧바로 에인절스에 합류해 MLB 정규리그에서 다양한 기록을 쏟아냈다.
5월 4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선 13개 삼진을 잡아내며 베이브 루스 이후 처음으로 투수 500탈삼진-타자 100홈런을 달성했다.
이후 오타니는 폭발적인 장타력으로 홈런을 쌓았고, 2022년 MVP 수상자인 뉴욕 양키스의 에런 저지가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독주 체제를 펼쳤다.
7월 28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선 선발 등판해 데뷔 후 첫 완봉승을 거두더니 2차전에선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각종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8월 1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선 투수로 10승(5패)을 거두며 MLB 최초 2년 연속 10승-1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루스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한 해 동안 투수로, 타자로 숨 가쁜 일정을 치른 탓이었을까.
오타니는 지난 8월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투수 활동을 접었고, 9월 생애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그렇지만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로 23경기에 등판해 132이닝을 책임지면서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의 기록을 남겼고, 타자로는 135경기에서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뒀다.
그는 17일 공개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AL MVP 투표에서 1위표 30표를 싹쓸이하며 만장일치로 MVP를 받았다.
2021년에도 만장일치 MVP를 받았던 오타니는 역대 최초로 두 번 이상 만장일치 MVP에 오른 선수가 됐다.
이제 오타니는 새로운 팀에서 선수 인생 2막을 올린다.
2023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오타니는 많은 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오타니의 행선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MLB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메인화면에 오타니 이적과 관련한 소식을 담은 특별 배너를 띄워놓고 있다.
일각에선 오타니가 역대 최초 5억 달러 이상의 대형 장기계약을 맺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 여파로 내년 시즌엔 타자로만 출전할 수 있다. 투수로는 2025년에 복귀한다.
현지에선 빅마켓 구단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유력한 행선지로 점쳐지고 있지만, 오타니의 속마음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오타니는 오프시즌에서도 최고의 스타다.
오타니는 MVP 수상 직후 MLB 네트워크와 화상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도 이 상을 받고 싶었지만, 다른 선수(저지)가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래서 올해는 더 강해져서 돌아오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 시즌 투구와 타격의 밸런스가 좋아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다만 끝까지 경기를 치르지 못해 아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부상 상태에 관해선 “재활 훈련을 잘하고 있다”라며 “(2018년에 받은) 첫 번째 수술 때보다는 순조롭다. 내년 시즌에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