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업체들 , 해외법인 세워 판매망 굳히기

오리온,미국에 첫 법인 설립…삼양식품도 추가 해외법인 설립 착수

식품업계가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해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판매망 확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현지 법인을 통해 해외시장 정보를 취득,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물론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K-푸드 열풍이 한순간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 오리온, 미국법인 설립…해외 매출 다변화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 2월 미국 현지에 판매 목적으로 신규법인(ORION F&B US, INC.)을 설립했다. 오리온이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베트남 집중도에서 벗어나 해외 사업을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대표제품인 초코파이뿐 아니라 꼬북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난해 실적이 15.5% 성장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채널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지 사업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 법인 설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단순히 수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지 법인에서 정보를 빠르게 얻고 이를 통해 맞춤형 전략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2단계 전략으로 넘어가게 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본사가 아닌 현지에서 빠른 시장 조사로 맞춤형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며 “의사 결정이 빨라져 경영의 신속성과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불닭’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날린 삼양식품은 일본에 이어 추가 해외법인 설립 준비에 돌입했다. 주력 국가인 중국·동남아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수출이 내수가 앞지른 만큼 해외 전진기지 설립은 당연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해외법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력 수출 지역 확대와 제품 다양화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세계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해외법인 등 체계화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의한수’ 농심 캐나다 법인, 기생충 뜨자 매출 ↑

국내 식품업계의 해외 법인 설립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한류 열풍으로 퍼진 K-푸드 인기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국내 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월 홍콩에 신규 법인(CJ FOODS ASIA HOLDINGS LIMITED)을 설립했다. 아시아에서 성과를 내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사업 전략을 짜기 위한 결정이었다.

농심의 캐나다 법인(NONGSHIM CANADA, INC.)은 ‘신의한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월 미국 법인이 지분 100%를 출자해 캐나다 법인을 세웠다. 이후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에서 수상하자 북미 전역으로 농심 제품 인기가 퍼졌다. 그 결과 캐나다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520억원을 기록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이미 과도한 경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해외 시장에서 더욱 성과를 내야 하는 필요성은 커졌다”고 전했다.

몇몇 기업은 현지 법인에 접근하는 시각이 예년과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직원 선발 조건까지 변경하고 있었다. 그만큼 해외 법인 위상과 중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국내 직원 중 2∼3년 근무 조건을 걸고 해외 법인에 파견했다”며 “최근 현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아예 해당 국가 거주를 조건으로 본사 직원 중에 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오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