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골든타임 놓쳤다” 미국 현지반응은?

본보 이상연 대표, 한국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 출연

‘윤석열 비속어’ 논란 현지 보도, 전기차 보조금 뒷북대응 논평

애틀랜타 K 이상연 대표기자가 지난 30일(한국시간) 오후 한국 TBS 교통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뒷북 대응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및 욕설 파문에 대해 미국 현지 반응을 전했다.

이 대표는 방송을 통해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조지아, 민주)이 IRA의 전기차 보조금 조항 유예를 담은 수정 법안을 뒤늦게 발의한 것은 실효가 없는 ‘생색내기’ 차원의 행동”이라고 지적한 뒤 “한국 정부가 법안 최종안 발표후 워녹 의원을 비롯한 친한파 의원들에게 신속한 로비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윤 대통령과 여당이 언론을 희생양으로 삼아 협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으로서 이같은 외교적 실수가 이어져 난감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신장식 진행자=먼저 대표님이 계신 애틀란타가 속한 조지아주는, 현대자동차가 6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한 곳이기도 합니다. 현지 분위기는 좀 어떻습니까?

이상연 대표=네 이번에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투자하는 금액과 일자리는 주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미국 정치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과가 일자리 창출인데요 이번 인플레 감축법안 통과로 혹시나 이러한 성과에 타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센 항의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취재한 조지아 주지사실 등 정치인들과 주민 대부분은 ‘현대차 차별 조항이 완전히 잘못됐다”면서 수정이나 유예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법안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주도로 통과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조지아주의 연방 상원의원 2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이들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곳의 공화당 주지사와 정치인들은 이를 정치 쟁점으로 삼아서 중간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현대차 투자를 방해하고 있다 이런 식의 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장식=해리스 방한으로 우리나라는 모두 IRA 관련 해법이 나오길 기대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바이든 대통령 역시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답했는데요.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는 IRA 관련 내용이 좀 들어 있을까요?

이상연=네. 주요 언론들은 이번 방문 이후 보도한 기사에서 대부분 이같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산업 분야에서 미국에 가장 많은 직접 투자를 한 한국이 이번 IRA 통과로 배신감을 느끼고 있어 한미 관계에도 긴장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곳 현지에서는 현대차라는 한 기업을 위해 한국 정부가 왜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미래형 산업인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동맹국가이자 투자 파트너인 한국을 홀대했고,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당신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바꾼 것이어서 한국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내용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장식=오늘은 미국 상원의 라파엘 워녹 의원이 “현대차에 한해서는, 2026년까지 IRA 법안을 유예해 주자” 이런 법안을 발의했는데 현지 분위기가 좀 달라지는 분위기입니까? 미국에서는 이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이상연=사실 워녹 의원은 이번 IRA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인물입니다. 뒤늦게 자신의 지역구인 조지아주의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니까 생뚱맞게 이같은 법안을 혼자 발의한 것입니다. 전기차 보조금 차별을 현대차가 공장을 완공하는 2025년 이후로 유예하자는 내용인데요. 당장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자신이 통과시킨 법안을 읽어보지 조차 않았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라고 맹공격을 퍼부었습니다. 특히 워녹 의원은 IRA의 다른 조항이지요. 처방약 가격의 폭리를 막기 위한 조항에는 직접 수정안을 내놓아 해당 조항을 바꾼 사람입니다. 이곳 현지에서는 “조지아주에 가장 중요한 문제인 전기차 관련 조항에는 관심도 없다가 이제 와서 생색을 낸다”고 비판하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워녹이 발의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롱 샷, 즉 극히 어렵다는 것이 이곳 언론과 정가의 평가입니다. 중간선거가 코 앞이어서 의회가 이를 처리할 여력도 없고요, 내년 1월에 다시 의회가 열려도 민주당 우세의 현재 정치 구도가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신장식=지난 수요일에는 우리 외교부가 미국 로비업체 5곳에 23억이 넘는 예산을 쓰고도 IRA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파악 못 했다, 이런 보도도 있었는데요. 미국 현지의 로비업체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길래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을 좀 해 주신다면?

이상연=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를 하는 업체만 2000곳이 넘습니다. 이들은 주요 의원과 의회 사무처 등에 광범위하고 막강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로비업체의 도움이 없으면 사실상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미국 의회의 동향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 정부가 고용한 로비업체들도 새로운 법안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서 제공하고 있고요, 일부 업체는 한미 FTA로 가능해진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를 위해 자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3억원의 예산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다른 주요 국가의 정부가 쓰는 로비 예산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고요. 이번 IRA 처럼 핵심 조항이 막판에 결정되는 법안 같은 경우 더 큰 돈을 쓴 일본 정부 같은 곳도 파악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신장식= IRA, 우리 정부의 바람대로, 뭔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까? 그렇다면 결국 IRA 관련해 우리 정부의 골든 타임은 언제였다고 분석하시는지요?

이상연=지난 28일이었죠. 미국 재무부에서 FTA, 즉 자유무역협정 얘기가 나온 것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보조금 조항의 시행과 관련해서 세부적인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하면서 FTA도 고려하겠다 이렇게 짧은 문장이 있었는데요. FTA의 핵심이 상대국가에서 제조된 제품도 내국산과 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 아니겠습니까. 미국과 FTA를 맺은 20개 국가 가운데 전기차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 밖에 없습니다. 이 가운데 멕시코와 캐나다는 원래 워딩이었던 ‘미국내 공장’이 무슨 이유인지 상원 토론 과정에서 ‘북미 공장’으로 바뀌면서 막판에 구제가 됐습니다. 결국 한국 한 나라만 남은건데요. 이 내용을 거론하면서 한국이 받을 만한 혜택을 받는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이고, 집요하게 요청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골든타임은 법안이 공개된 7월 27일부터 상원을 통과한 8월 7일까지 열흘간 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이 때 상원 의원들에 대한 로비가 집중되서 아까 말씀드린 처방약 문제 등이 수정됐고요, 미국공장 이었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하는 북미 공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때 더욱 민첩하게 움직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펠로시 하원의장도 한국을 방문했고요.

신장식=다른 내용도 잠깐 여쭤보겠습니다. 한국은 지금 UN기간에 있었던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연일 시끄럽습니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 미국 언론들은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이상연=AP통신과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은 한마디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해당 문제를 보도한 언론사를 꾸짖고 협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대통령실이 한국 국회를 향한 비난이었다고 한 반론도 소개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는 당초 보도를 수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핫 마이크, 즉 마이크가 켜진지 모르고 한 비속어 말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미디어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