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소형모듈원전에 본격 투자

개발기업 테라파워 추가 투자…SMR사업 본격 가속

나트륨 원자로·크루즈 연료전지 등 글로벌 진출 박차

HD현대가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에 대한 추가 투자에 나서며 SMR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투자에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자회사 엔벤처스와 함께 참여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테라파워는 18일 총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기금 조달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자금은 미국 내 첫 나트륨 원자로(Sodium Fast Reactor) 설비 건설과 해외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예정이다. HD현대의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SMR 시장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내세워 차세대 원전 산업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테라파워는 4세대 SMR인 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을 개발한 대표 기업이다.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해 효율적인 열 전달과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상용화가 기대된다.

HD현대는 2022년에도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을 통해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해에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에는 테라파워와 전략적 공급망 협약을 맺는 등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빌 게이츠가 현지에서 직접 만나 협약을 체결한 점도 눈에 띈다.

한편, HD현대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행보를 넓히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HD유럽연구센터, HD하이드로젠은 최근 노르웨이선급(DNV), 독일의 크루즈 선사 투이크루즈와 함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시스템의 크루즈선 적용을 위한 공동개발 프로젝트(JDP)에 착수했다.

SOFC는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고효율 연료전지로, 탄소 배출과 소음을 최소화해 대형 선박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HD현대는 내년 2월까지 실제 크루즈선 적용을 위한 안전 설계 기준을 마련하고, 다양한 환경에서의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 수요가 높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기술 우위를 선점해 나갈 것”이라며 “SMR 및 연료전지 분야에서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SOFC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연평균 40.7% 성장해 약 71억 달러(약 9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HD현대의 이번 행보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선도하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기선(뒷줄 오른쪽) HD현대 수석부회장과 빌 게이츠(뒷줄 왼쪽) 테라파워 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