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천억원 투자해 울산공장과 함께 확장…생산능력 27.5% 확대
HD현대일렉트릭이 ‘초고압 변압기 슈퍼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4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앨라배마와 한국 울산 변압기 공장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다. 수요 급증의 주요 배경으로는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사업과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따른 신규 전력인프라 구축이 꼽힌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오는 2025년 초까지 ▲미국 앨라배마 공장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연간 100대에서 150대로 늘리고, ▲울산 공장의 생산능력도 300대에서 360대로 증설한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연 400대 수준인 전사(全社) 초고압 변압기 생산량이 510대 내외로 27.5% 늘어난다.
초고압 변압기는 무게가 200t을 넘고, 대당 단가가 60억~130억 원에 달하는 고가 전력기기로 꼽힌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미 이 분야에서 미국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5년 치 일감을 수주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대규모 투자는 미국 전력망 현대화 사업과 AI 산업 확장이라는 ‘이중 호재’에 대한 적극적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국 전력장비의 70%가 사용된 지 25년이 넘었다는 연방에너지부 조사 결과가 있으며, 일반적인 변압기 수명(약 30년)을 고려할 때 향후 교체 수요가 장기적으로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AI 산업 영향으로 데이터센터와 통신 인프라 확충으로 인해 고압 전력설비 수요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미국 초고압 변압기 제조사의 평균 리드타임(주문→인도)은 120~210주에 이를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이른바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4000억원 증설 투자는 1977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주정부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전봇대·전선·변압기·송전탑 교체 수요가 최소 5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번 증설로 인도 시점을 단축해 고객 대응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설이 완료되면 앨라배마 공장은 생산능력이 기존 대비 50% 늘어나 연간 150대의 초고압 변압기를 만들 수 있게 되고, 울산공장은 300대에서 360대로 생산능력이 확대된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마켓닷US는 전 세계 변압기 시장 규모가 2023년 약 105조 원(720억 달러)에서 2033년 약 180조 원(1230억 달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을 거점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한층 탄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