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클럽 월드컵, 애틀랜타서 첫 개최

내년 월드컵 앞두고 열려..관중석은 ‘썰렁’

FIFA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개최한 클럽월드컵의 첫 경기가 지난 16일 애틀랜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렸지만 관중석은 썰렁했다.

이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와 미국 MLS의 LAFC가 맞붙은 조별리그 D조 경기는 수준 높은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2만2000여 명의 관중만이 찾으며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경기는 첼시가 2-0으로 승리했다. 후반 79분, 첼시 미드필더 엔조 페르난데스가 쐐기골을 넣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그 전까지 LAFC는 여러 차례 동점 기회를 만들어내며 이변을 기대하게 했다.

이날 경기는 마치 대학농구 NCAA 토너먼트에서 15번 시드 팀이 2번 시드를 상대로 분전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세계적인 스타들을 보유한 첼시는 LAFC의 끈질긴 수비와 기세에 주춤했지만, 결국 자본과 기량의 격차는 막판에 드러났다.

MLS를 대표해 나선 LAFC의 미드필더 마크 델가도는 “졌지만 팀 전체가 자랑스럽다”며 “후반에는 분위기를 바꾸는 순간도 있었고, 첼시에게 어려움을 안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진짜 패자는 FIFA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총 7만1000석 규모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상단 좌석은 아예 폐쇄됐고, 실제 관중은 2만2137명에 그쳤다. 이는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축구 경기 관중 수다. 티켓 가격은 최저 50달러로 책정되었고, FIFA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해 경기 당일까지도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대회가 팬 유치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첼시는 2023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7만 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했지만, 이번 경기는 월요일 오후 3시라는 애틀랜타 팬들에게는 비현실적인 시간대에 열렸고, 상대팀인 LAFC 역시 지역성과 무관했다.

FIFA는 클럽월드컵 규모를 기존 7개 팀에서 32개 팀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미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의도를 밝혔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현장을 찾은 팬들은 EPL 소속 첼시의 콜 팔머와 페르난데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볼 수 있었지만, 경기를 더 빛나게 할 열띤 응원과 관중의 함성은 부족했다.

이번 경기는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중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첫 번째 경기였다. MBS 스타디움은 향후 조별리그 2경기와 16강 및 8강 등 총 6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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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
애틀랜타 메르세데스-벤츠 구장에 출동한 WNB 팩토리 푸드트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