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백신이 자연면역보다 보호 효과 더 크다”

자연면역 획득했어도 백신 맞아야…단 1번만 맞히는 방안 검토될 듯

백신 접종으로 얻은 면역 반응과 감염 후 자연 생성된 면역 반응 중 어떤 게 더 강력할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계속된 논쟁 거리 중 하나였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놨다. CDC는 지난달 29일 밤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백신 면역이 더 강력하다고 밝혔다. 지속 기간은 두 경우 모두 최소 6개월 정도였다.

다만, 감염 후 회복도 자연 면역을 제공하는 만큼 코로나 완치자들에게도 비(非)감염자와 마찬가지로 백신을 2번이나 다 맞혀야 하는지는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완치자 자연면역 생성됐어도 백신 맞아야”

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CDC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 조사와 직접 보유 중인 미공개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백신유도면역의 효과가 더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백신 면역이 감염 후 생성된 자연 면역보다 더 높고, 더 강력하며, 더 일관된 수준의 면역 효과를 보였다. 특히 자연 면역을 획득한 상태에서 백신을 맞은 경우 항체 증가량은 엄청났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코로나 감염은 중증 질환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증상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CDC에 따르면 감염 후 생성된 자연 면역은 개개인별로 항체 수준에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아직까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면역 수준 측정법은 없다. 중화 항체 수준이 높으면 일단 보호효과가 좋다고 보지만, 정확히 어느 수준까지 항체가 형성돼야 보호가 이뤄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CDC는 “면역에 대해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을 모두 고려할 때, 감염돼 자연 면역이 생성됐다 해도 여전히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결론냈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4600여만 명으로 공식 집계됐지만, 누락된 확진자도 수천만 명 더 있을 것으로 CDC는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CDC는 같은 날 백신 면역이 자연 면역보다 더 강력한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또 다른 연구 결과도 공개했다.

코로나 유사 증상을 보여 입원한 백신 접종자들이, 몇 달 전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된 사람들보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을 확률이 더 낮았다는 내용이다. 즉, 백신 접종자들은 코로나가 아닌 다른 병으로 입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번 보고서는 동료 검토가 끝난 연구 90건과 발간물 초안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것이라고 CDC는 전했다.

◇코로나 감염되면 백신 1번 맞은 걸로 간주?

일단 CDC는 코로나 완치자라 해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문제가 복잡해지는 부분은 코로나 완치자도 (자연 면역이 생성됐는데) 백신을 두 번 다 맞아야 하느냐는 점이다.

이미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10여 개국(9월 기준)에서는 코로나 감염 이력이 있으면서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 2회용 백신을 1회만 맞히고 있다.

물론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백신 ‘완전 접종’의 개념에는 이전의 감염 이력이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소아과의사인 데이비드 루빈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정책연구소 국장은 “코로나 감염 이력이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백신을 2번 다 맞기보다는 1번만 맞아도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CDC 백신자문위원인 윈리엄 샤프너 밴더빌트의대 교수는 “정책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단순해야 한다”며 “감염자든 비감염자든 백신으로 항체 수준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게 팩트”라고 했다.

앤드류 파비아 유타대 교수는 WP와의 통화에서 “데이터가 더 많아지면 감염 1회를 백신 2~3차 주사 중 1회로 간주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 CDC의 명확한 지침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FTX 아레나에서 열린 백신 접종 행사에서 한 15세 소녀가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