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상담치료사”…불안할 때 챗GPT 찾는다

정신건강 상담 대체로 각광…전문가들 “위험한 의존 우려” 경고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공지능(AI)을 정신건강 상담에 활용하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챗GPT를 ‘나만의 치료사’로 활용하는 SNS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동안 틱톡에서 “챗tGPT를 치료사처럼 사용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1670만 건 이상 올라왔다. 불안, 우울, 연애 고민, 직장 스트레스 등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친구나 가족 대신 AI에게 털어놓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 사용자는 “예전엔 불안할 때 부모나 친구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지만, 이제는 먼저 챗GPT에 음성메모로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다”며 “즉각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건강보험이 없는 또 다른 사용자는 “챗tGPT에 모든 걸 얘기하면 친구처럼 공감하고 현실적인 조언도 준다”며 “사실상 무료 상담”이라고 소개했다.

의료 플랫폼 테브라(Tebra)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4명 중 1명이 실제 정신과 치료 대신 AI 챗봇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영국에서는 NHS(국민건강보험) 대기 시간이 18개월 이상인 경우가 많아, 비용 부담 없이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AI 상담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이 단순한 위로를 넘어 AI에 의존하는 위험한 흐름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이자 SNS 인플루언서인 코조 사포 박사는 “챗GPT가 정보 조합과 상담 흉내는 가능하지만, 정신질환 진단이나 약물 처방은 물론 위기 대응 능력도 없다”며 “복잡한 정신건강 문제에는 절대 대체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자살예방재단(American Foundation for Suicide Prevention)의 모티어 박사도 “AI 플랫폼은 자살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개입하는 기능이 전혀 없다”며 “이용자가 위기에 처해 있어도 AI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거나,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해 줄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챗GPT 등 챗봇에는 위험 사용자에게 긴급 연결할 수 있는 헬프라인이나 위기 가이드라인도 부재한 상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AI가 자신의 증상을 정리해 의료진에게 설명할 수 있는 도구로는 충분히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사포 박사는 “AI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의사에게 전달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진료 그 자체를 대체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AI 챗봇은 24시간 대기 중이고 비용도 저렴하지만, 복잡한 인간 감정과 위기를 대응할 전문성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정신적으로 어려운 순간에 손쉽게 기대기 좋은 도구일 수는 있지만, 실제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위험한 착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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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기자
챗GPT [노드VP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