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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망해 가지만…좋은 이야기만큼 강력한 건 없다”

paul 1 month ago (Last updated: 1 month ago) 1 minute read 0 comments

신간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찰리 채플린 '라임라이트'
찰리 채플린 ‘라임라이트’ [영화의전당 제공]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헤밍웨이는 몇몇 작가들과 함께 식당에 앉아 자신이 여섯 단어로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장담하며 내기를 제안했다. 친구들은 코웃음 치며 10달러씩 판돈을 걸었다. 당연히 못 만든다는 것에.

헤밍웨이는 펜을 들고, 냅킨에 단어를 차례로 써 내려갔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팝니다: 한 번도 안 신은 아기 신발)

헤밍웨이의 글은 스토리텔링의 여러 비밀 가운데 하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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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드러낼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감출 것인가라는 비밀을.

헤밍웨이
헤밍웨이 [교보문고 제공]
 

독일 칼럼니스트 자미라 엘 우아실이 쓴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원더박스)는 스토리텔링의 비밀을 조명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인간이 스토리텔링에 천착한 건 기원을 알 수 없는 오래전부터다. 대개 그 이야기는 생존과 관련 있었다.

가령 날아오는 창을 피한 맹수가 사냥꾼에게 달려들자 사냥꾼이 폭포에 뛰어들어 생환했다는 서사는 여러 정보를 전한다.

적과 만났을 때는 무기에만 의존해선 안 되고, 폭포 아래 물속은 깊으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다.

이처럼 이야기는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었다. 이야기가 살아남을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오랜 전승 과정에서 수많은 패턴이 생겼다.

뮤지컬 '신데렐라'
뮤지컬 ‘신데렐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버밍엄대 연구진이 6000편의 영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개 여섯 가지 정도의 패턴이 관찰됐다.

가난뱅이가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 주인공이 끝없이 추락하는 이야기, 구덩이에 빠졌다가 탈출하는 이야기, 한참 상승한 후에 추락하는 이야기, 고난 속에서 성공하는 신데렐라 이야기, 처음에는 강한 타격을 받았다가 중간에 상승하지만 결국 비극을 맞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이익을 거둔 이야기는 구덩이에 빠졌다가 탈출한 이야기였다. 수익과 무관하게 관객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은 이야기는 가난뱅이가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대체로 비극보다는 해피엔딩을 선호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책 표지 이미지
책 표지 이미지 [원더박스 제공]

현대에 들어 이야기는 더욱 폭증하는 모양새다. 전통 미디어인 소설과 영화뿐 아니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왓챠, 웨이브 등 다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야기의 핵심 ‘내러티브’만큼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지불식간에 이야기를 타고 온 부정적 관념이 뇌의 한편에 자리 잡을 수 있어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우월성, 다른 집단의 열등감, 책임 전가, 싸움의 정당화 등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내러티브는 문화상품이나 정치 프로그램으로 포장되어 독자 또는 관객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어떤 내러티브는 “우리의 가장 천박한 본능과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을 정의로운 분노와 피할 수 없는 폭력에 대한 막강한 이야기로 탈바꿈시킨다”며 “많은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뿐더러 그 구조 면에서도 파괴적이고 위험하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영화 '매트릭스 3'의 한장면
영화 ‘매트릭스 3’의 한장면 [워너브라더스 제공]

저자는 이런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이야기보단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물줄기를 긍정적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록 “우리는 이 세상이 부당하고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좋은 이야기만큼 강력한 건 없다….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라. 그리고 이야기를 확실한 해피엔딩으로 시작해 보라. 유토피아를 만들고 낙원 상태를 상상해보라.”

568쪽. 김현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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