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주 폭설…100년만 한파에 최소 23명 사망

미국 전체면적 73% 이상 눈 덮여…수백만 가구 정전으로 고통

2억명 겨울폭풍 경보…자동차공장 문닫고 유통업체 매장 폐쇄

기후변화에 북극 한기 남하…”남부지역 알래스카보다 더 추워”

미국 전역이 100여년 만에 찾아온 유례 없는 한파에 떨고 있다.

겨울 폭풍으로 수백만 가구가 정전되고 최소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혹한에 익숙하지 않은 남부 텍사스주에서는 300만 가구 이상이 정전을 겪고 유정과 정제시설이 폐쇄되는 등 각종 피해가 막심하다.

16일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날 저녁 기준으로 1억1500만명 이상의 미국인에게 한파 경보가 내려졌다.

텍사스·미시시피·오클라호마·테네시·아칸소주 등이 그 대상이다.

눈에 뒤덮인 텍사스주 포트워스 [AP/Star-Telegram=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미국 본토 전체 면적 중 73% 이상이 눈으로 뒤덮였는데 2003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린 것이다.

48개주 중 플로리다·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제외한 45개주에서 눈이 내렸다.

CNN은 이날만 해도 최소 20개 도시가 역사상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며 이번주 더 많은 신기록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USA투데이(USA Today)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장 피해가 막심한 곳은 텍사스주다.

이날 오후 300만 가구 이상의 주택과 사업장의 전기가 끊긴 상태로 계속돼 물도 나오지 않는 상태가 계속됐고, 135개의 긴급 보호소가 열렸다.

사망자도 속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한파로 최소 2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정전으로 인해 차고에 주차된 차에서 지내다가 일산화 중독으로 일가족 2명이 사망하기도 했고, 할머니와 손자 3명이 벽난로에 불을 지피다가 화재로 사망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토네이도로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또한 50채의 집이 무너져 주민들이 갇혔고, 전선도 무너져 수천 가구가 정전됐다.

시카고주에서는 폭풍우로 눈이 약 45cm 쌓여 휴교령이 선포됐다.

콜로라도주는 영하 42도, 캔자스주는 영하 25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공장·매장도 잇단 폐쇄…”1조원 규모 기상재난 될 것”

대형 유통체인 월마트는 이번 한파 때문에 500개 이상의 점포를 폐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월마트는 성명에서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위해 매장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업체 GM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생산하는 테네시, 켄터키, 인디애나, 텍사스주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포드도 픽업 트럭 등을 조립하는 캔자스시티 공장 문을 닫았다.

배송업체 페덱스는 한파로 일부 도시에서 물품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2597편의 항공기가 결항됐다.

기상학자 타일러 몰딘은 “이번 한파는 올들어 첫 10억달러 규모 기상재난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남부, 알래스카보다 추워”

이번 혹한은 극지방 소용돌이에서 초래됐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 소용돌이는 평소 제트기류 때문에 북극에 갇혀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 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약해지자 냉기를 품은 극 소용돌이가 남하하면서 미국 전역에 한파를 몰고 왔다.

기상학자 브랜든 밀러는 “이번 한파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며 “북극이 지구 나머지 지역보다 두배 빨리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일주일 동안 미국 500여곳에서 최저 기온 기록이 깨졌다고 전했다.

콜로라도주 유마에선 섭씨 영하 41도, 캔자스주 노턴에서는 영화 31도를 찍는 등 살인적 강추위를 기록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영하 24도로 1899년 이후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텍사스와 아칸소 등 ‘딥사우스'(Deep South) 지역에도 혹한이 엄습했다.

기상청은 텍사스와 아칸소, 오클라호마 일부 지역은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영하 16도)보다 최저 기온이 낮았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휴스턴과 아칸소주 리틀록은 1989년 이후 가장 낮은 영하 10도와 영하 18도를 각각 기록했다.

NOAA는 “이번 한파는 1899년 2월과 1905년 2월의 역사적인 한파와 견줄만한 기록적인 추위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대기청은 “이번 한파는 1899년 2월과 1905년 2월의 역사적인 한파에 견줄만한 낮은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현지 언론들은 차가운 공기가 북동쪽과 캐나다로 올라감에 따라 오는 주말부터 미국 내 기온이 점차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규모 정전 사태에 따른 텍사스주 휴스턴 임시 대피소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