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침체에 노조까지 ‘이중고’

앨라배마 공장 노조 가입률 30% 넘어…”수익 나누라” 압력

부진한 전기차 시장, 트럼프 당선시 IRA 보조금 등 큰 타격

UAW의 노조 가입 독려 동영상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의 사활을 걸고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 그룹이 전기차 시장 침체와 함께 노조의 리스크까지 안게 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UAW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차 공장(HMMA)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30%를 넘어섰다”면서 “노조 불모지대인 남부지역을 대상으로 한 우리의 ‘스탠드업’ 캠페인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UAW는 노조원 비율이 30%가 넘으면 자체 조직을 구성해 회사 측에 조직적인 압력을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UAW는 현대차를 겨냥한 홈페이지(uaw.org/hyundai)를 별도로 개설하고 현대차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UAW는 이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민권운동의 발상지인 앨라배마 몽고메리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13억5000만달러(17조7000억원, 세전) 수익을 기록했으며 이 수익을 노동자들과 나눌 수 있도록 노조에 가입해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UAW는 지난해부터 노조가 없는 현대차그룹과 도요타, 혼다, 테슬라, BMW, 벤츠 등 미국 남부 지역의 자동차 공장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노조 결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UAW는 지난해 GM과 포드, 스탤란티스 등 미국 3개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파업을 단행하면서 4년간 33%의 임금 인상을 이끌어 냈으며 이 여파로 현대차그룹과 도요타 등 비노조 기업도 생산직 임금을 4년간 2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재선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올해 국정연설에 UAW 수장인 숀 페인 위원장을 초청해 자동차 기업들에게 압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페인 위원장은 “현대차를 비롯한 외국 자동차 업체들에 노조를 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천명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현대차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미 당선되면 IRA에 규정된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한편 전기차 전환 속도도 늦추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러한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전기차 공장에 커다란 타격이 예상된다.

이상연 대표기자

UAW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