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인수 돌연 보류…머스크 속셈은?

“인수가 낮추기 협상술”…트위터, 인수 합의시보다 25% 하락

“계약 파기는 득보다 실…위약금 10억불에 손배소 당할 수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돌연 트위터 인수 계약을 보류하겠다고 밝혀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머스크는 13일 트위터 인수를 일시 보류하겠다면서 트위터의 스팸· 허위 계정 현황을 이유로 들었다.

스팸 계정 숫자가 사용자의 5% 미만이라는 트위터 보고서에 의구심을 표시하면서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될 때까지 인수 계약 절차를 보류하겠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2013년부터 스팸 계정 추정치를 사용자의 5% 미만이라고 공개해왔다.

따라서 스팸 계정 퇴출을 강조하는 머스크가 그 정보를 모를 리가 없고 인수 계약에 사인한 뒤 이제와서 추정치가 틀렸다는 식으로 문제 삼는 것은 석연찮다는 해석이다.

더구나 머스크는 인수 제안에 대한 트위터의 동의를 받아내기 위해 사업 현황 실사도 포기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머스크의 계약 보류 선언은 인수가격 재협상을 위한 포석 두기라는 해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지난달 머스크와 트위터가 합의한 인수가는 440억 달러다. 머스크는 주당 54.20달러에 트위터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사이 트위터 주가는 나스닥의 기술주 폭락과 함께 급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 트위터 주가는 인수가보다 25% 낮은 40.72달러다.

머스크로선 트위터 인수가를 더 낮게 부를 기회를 놓쳐 버린 셈이다.

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제나 스트리터 애널리스트는 “머스크는 스팸 계정 현황을 이미 알았을 것”이라며 “계약 일시 보류 발언은 인수가 낮추기 전략의 일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도 스팸 계정 현황으로 가장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인수가를 낮춰보려는 머스크의 협상술이라고 진단했다.

머스크와 함께 트위터를 인수할 잠재적 투자자들이 재협상에 동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수가를 낮추면 당연히 더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은 실제로 증시 침체기 인수가를 재협상한 사례는 많다고 전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자본시장을 강타했을 때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미국 보석 업체 티파니 인수 거래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고 소송전 끝에 인수가를 162억 달러에서 158억 달러로 낮췄다.

머스크가 계약 일시 보류를 계기로 트위터 인수를 아예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머스크가 경제 위기, 인수대상 기업의 사업 현황 오류 등 ‘중대한 부정적 영향'(Material Adverse Eftect) 조항을 들어 계약을 깰 수도 있지만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거래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만약 머스크가 끝내 인수를 포기한다면 10억달러(1조2800억원) 위약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손해는 위약금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CNBC 방송은 전했다.

트위터가 별도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머스크는 ‘변덕’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향후 다른 인수 건이나 자신의 사업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머스크가 인수 포기를 선언하더라도 트위터는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이행청구'(specific performance) 조항에 따라 법원 명령을 통해 머스크의 계약 이행을 강제할 수도 있다.

CNBC 방송은 머스크가 인수가 재협상을 위해 계약 파기 카드를 던지면 트위터는 소송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면서도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머스크의 재협상 제안을 트위터가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