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기 무사히 마칠까…’운명의 12일’

오는 20일 퇴임 앞두고 직무박탈·탄핵 요구 분출

WSJ “트럼프 탄핵감…스스로 물러나는 게 최선”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지난 4년 동안 ‘임기 완주’ 가능성에 대한 의문표를 종종 달고 다녔던 트럼프가 결국 임기를 불과 12일 남겨놓은 시점에서까지 이런 의문에 맞닥뜨리게 됐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연방 의사당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폭력 사태를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했다는 비난에 직면하면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에서도 ‘트럼프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방법은 수정헌법 제25조 발동과 탄핵소추안 추진 등 두 가지다.

수정헌법 제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과 승계 문제를 규정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면직, 사망, 사임 등으로 그 직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애초 대통령이 신체적 혹은 정신적 질병 사유로 직무수행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졌지만, 일부 학자들은 조항을 좀 더 넓게 해석해 대통령이 직위를 유지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조항이 발동되려면 먼저 부통령과 행정부 장관 대다수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선언해야 하고, 이 경우 부통령이 즉시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부통령과 내각의 ‘선언’만 있으면 즉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상으로 임기가 불과 12일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면직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의 시나리오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7일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은 하루라도 더 재임해서는 안 된다”며 펜스 부통령과 내각에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일단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내각 인사들은 수정헌법 25조 발동 시도가 워싱턴의 현 혼돈 상태를 억제하기보다 가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펜스 부통령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을 직무에서 물러나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은 탄핵 추진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미 한 차례 발의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조 바이든 부자에 대한 수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른바 ‘사법 방해’ 의혹과 관련해 2019년 12월 민주당 주도의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2020년 2월 공화당이 다수였던 상원에서 결국 부결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번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란 선동’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프랭크 보먼 미주리대 헌법학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을 선동했거나 아니면 미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보먼 교수는 실제적인 범죄 행위가 아니더라도 의회가 대통령의 범죄행위 여부를 규정할 재량권을 갖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헌법에 대한 불충, 대통령 선서 수호 실패라는 좀 더 광의의 사유를 적용해 탄핵이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탄핵은 절차상 수정헌법 25조 발동보다 시일이 더 걸린다.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거쳐 상원까지 통과해야 하는데, 상원 통과를 위해서는 상원 의석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일한 오마르, 데이비드 시실린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두 종류의 탄핵소추안 초안을 작성하는 등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와 별개로 탄핵 움직임도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과 12일 이내에 탄핵소추안이 정식으로 발의되고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지지까지 얻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정헌법 25조 발동, 탄핵 추진이 모두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하야하게 하는 방법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7일자 사설이 주목된다.

보수 성향 일간지로 꼽히는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라는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을 강력히 권고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군중이 의회로 행진하도록 선동했고 이는 정권 이양을 규정한 헌법 절차에 대한 공격이자 입법부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는 단지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헌법이 정한 선을 넘은 것으로 탄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WSJ은 그러면서 의회가 남은 12일 간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싸움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상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6일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