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군 수뇌부 전례없는 갈등 양상

‘전사자는 호구’ 논란속 군 수뇌부-방산업체 결탁 시사 공개 발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에 타격이 되는 언행을 멈추지 않으면서 군 수뇌부에 피로감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CNN방송이 8일 보도했다.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와 호구로 매도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모자라 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군 수뇌부와 방산업체의 결탁을 시사하는 발언마저 나오면서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군 내 우려가 가중되는 것이다.

최근 가장 군을 괴롭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전사자를 패배자와 호구로 칭했다는 시사잡지 애틀랜틱의 3일 보도다.

군의 사기 저하와 직결되는 발언이어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직접 진화를 위한 성명까지 냈다.

이것도 모자라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애틀랜틱 보도를 부인하다가 군 수뇌부와 방산업체의 결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군 장병들은 자신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면서 “펜타곤의 고위 인사들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쟁을 계속해서 폭탄과 항공기 등을 만드는 훌륭한 회사들을 기쁘게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 통수권자가 휘하에 있는 군 수뇌부를 공개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CNN방송은 “미군 수뇌부에 대한 전례 없는 공개적 공격”이라며 “놀라운 발언”이라고 평했다.

제임스 맥콘빌 미 육군 참모총장은 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직접적 평가를 삼가면서도 “군 수뇌부는 국가안보상 필요하고 최후의 수단일 때만 병력의 전장 파견을 추천한다는 걸 미국 국민에 확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 소장을 지낸 CNN 평론가 존 커비는 “대통령의 발언은 수뇌부와 장병의 헌신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에스퍼 장관이나 마크 밀리 합참의장을 겨냥한 게 아니라면서 군산복합체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과 사이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에스퍼 장관은 한때 ‘예스맨’의 대표주자였지만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항명하면서 눈엣가시가 됐다.

CNN방송은 국방 당국자들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군 수뇌부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군을 자꾸 건드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피로감을 느끼고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법질서’를 강조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폭동진압법을 끝내 발동해 시위 진압에 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일인 내년 1월 이전에 적을 겨냥한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걱정도 군 수뇌부를 괴롭히는 문제라고 CNN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오른쪽)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