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만 바이든 지지선언 안한 이유는?

민주 일각 “지금하면 공화당 먹잇감 돼…일부러 미뤘을 것”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당내 핵심 인물들로부터 잇달아 지지 선언을 받으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바이든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은 민주당 스타가 한 명 있다. 바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10일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의 ‘얼굴’ 중 한 명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직 바이든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을 조명하며 재임 중 성추문으로 탄핵당할 뻔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바이든에 대한 지지 표명이 부적절하게 비칠 수 있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침묵하는지도 모른다고 해석했다.

게다가 1993년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의 의원실에서 일한 타라 리드(56)가 근무 중 바이든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최근 주장해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은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현 국면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나오면 공화당 측의 공격을 받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바마 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근무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힐에 “공화당으로선 아주 신이 날 것”이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퇴임 당시 지지율은 높았지만, 여전히 공화당의 먹잇감이고 요즘에는 특히 그렇다”고 평가했다.

이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달리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은 우연이 아니며 당분간은 지지 입장 표명을 연기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힐은 특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영향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적극적인 역할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그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목소리를 표명하는 일이 비교적 드물고, 2018년 중간선거 때도 당을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만 클린턴 전 대통령 측은 그가 본선에선 바이든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 측 대변인인 앙헬 우레나는 “클린턴 전 대통령인 40년이 넘도록 당의 지명자들을 지지해왔다”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많은 민주당원이 여전히 클린턴 대통령을 당내 좌장 중 한 명으로 여기는 점, 그가 2012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에 크게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그의 역할을 무시할 순 없다는 평가도 당내에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캠페인 자금이 크게 부족한 바이든으로선 모금 활성화를 위해 클린턴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고 더힐은 분석했다./연합뉴스

지난해 6월 코소보를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