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총격 피해 줄인 의인은 참전용사

전직 파병장교 “전투모드 돌입”…”유족들 트라우마 속에 살게 될 것”

콜로라도 클럽 총격범 제압한 의인 리처드 피에로 [AP=연합뉴스]

콜로라도 클럽 총격범 제압한 의인 리처드 피에로 [AP=연합뉴스]

5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콜로라도주 성소수자 클럽 총격 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제압한 의인은 군에서 15년간 복무한 퇴역 군인으로 밝혀졌다.

21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 19일 콜로라도스프링스 성소수자 클럽에서 총기 난사범 앤더슨 리 올드리치(22)의 총을 빼앗고 제압한 사람은 군인 출신 리처드 M. 피에로(45) 씨라고 보도했다.

피에로 씨는 1999∼2013년 미 육군 야전포병부대에서 복무했고 소령으로 전역했다. 이라크에 3차례, 아프가니스탄에 1차례 파병 경험이 있으며 브론즈 스타 메달(동성훈장)을 두 차례 받았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권총, 소총 등으로 무장한 올드리치가 클럽에 들어서 손님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피에로 씨는 처음 총성을 듣자마자 이를 피하도록 친구를 밀어서 넘어뜨렸다.

오랜 실전 경험이 있는 그는 반사적으로 행동했다.

피에로 씨는 “내가 뭘 했는지 모르지만, 바로 전투모두로 돌입했다”라며 “그(범인)가 우리를 죽이기 전에 그를 죽여야 한다는 것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클럽을 가로질러 달려가 범인을 뒤에서 붙잡아 쓰러뜨린 뒤 바닥에 고정했다. 그는 체중 300파운드(136㎏)로 체격이 좋지만, 역시 거구에 방탄복을 입고 총으로 무장한 범인을 제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는 범인에게서 권총을 빼앗아 이 권총으로 범인의 뒤통수를 계속 가격했다. 바로 앞에 범인의 소총이 있었기에 이를 걷어차버리라고 자신을 도우러 온 다른 사람에게 소리쳤다.

피에로 씨는 “그곳엔 온 동네 가족이 있었다. 그가 내 가족을 죽이지 못하도록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는 육·공군 시설이 모두 있어 이번에 사건이 난 클럽 직원과 단골손님 여러 명이 전·현역 군인들이라고 한다.

몇 분 뒤 경찰이 출동했을 때 범인 올드리치는 피에로 씨에게 제압돼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피에로 씨는 출동한 경찰을 향해 전장에서 “사상자! 사상자!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외쳤다고 한다.

경찰은 총을 든 채 피범벅이 된 피에로 씨를 용의자로 오인해 수갑을 채워 경찰차에 가뒀다가 1시간가량 지나 풀어줬다.

이날 그의 일행 3명이 총에 맞았고, 그중 딸이 6년간 교제해온 남자친구는 숨졌다.

피에로 씨는 앞으로 숨진 이들의 가족이나 생존자들이 자신이나 전우들과 마찬가지로 전쟁 속에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딸과 함께 울었다고 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간 파병 당시 총에 맞아도 봤고 부대 차량이 폭탄 공격을 받은 적도 있다.

전역을 결심한 것도 몸과 마음에 입은 상처 때문이었고, 전역 후에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심리치료와 명상을 병행하고 집에 있는 총기를 모두 치워버렸다.

그는 전장에서는 집에 돌아갈 날을 기약하며 일을 더 하는 식으로 견딜 수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집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치유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사건으로 5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다친 가운데 현행범으로 체포된 올브리치는 살인과 증오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고 AP·dpa통신이 전했다.

미 법원 기록에 따르면 올브리치는 5명을 살해한 혐의와 상해를 유발한 편견에 기반한 증오 범죄 5건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중이다. 검찰은 아직 올브리치를 기소하지는 않았다.

올드리치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