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완치자 2명 중 1명은 후유증 6개월 이상

코로나 연구보고 57건, 2만5천명 의료데이터 분석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미국 의사협회 저널에 논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앓고 나서도 여러 가지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학계에선 이를 ‘장기 코로나(long COVID)’ 또는 ‘포스트 코로나(post-COVID)’ 증상이라고 한다.

이런 코로나19 후유증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한 사람 가운데 어느 정도가 후유증을 앓는지는 지금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각국의 보건 의료계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거라면서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포스트 코로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의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3일 미국 의사협회가 발행하는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논문으로 실렸다.

신종 코로나 무증상 감염자의 면역 반응
신종 코로나 무증상 감염자의 면역 반응 코로나19 환자와 무증상 감염자의 면역 반응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픽.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T세포의 면역 반응이 효율적으로 이뤄져 염증 촉진 분자와 억제 분자 사이의 미세한 균형이 잘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의 듀크-엔유에스(Duke-NUS) 의대 연구진은 지난 3월 ‘실험의학저널’에 이런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싱가포르 듀크-엔유에스 저널 ‘JEM’ 논문 캡처]

여기엔 코로나 팬데믹이 처음 불거진 2019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백신을 맞지 않은 채 확진 판정을 받은 성인과 아동 2만5351명의 의료 데이터가 들어 있었다.

이 가운데 79%가 입원 치료를 받았고, 중간 연령은 54세(남성 56%)였으며,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 출신이 79%였다.

과학자들은 이들의 포스트 코로나 증상을 단기(최초 발병 후 1개월)·중기(2~5개월)·장기(6개월 이상) 3단계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정신과 신체 여러 부위의 다양한 증상이 삶의 질과 이동성 등을 해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명 중 1명꼴이 장기 후유증을 보여 심각성을 더했다.

당장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체중 감소, 피로감, 고열, 통증 등을 호소한 환자가 절반을 넘었다.

또 5명 중 1명꼴은 이동성(mobility) 위축, 4명 중 1명꼴은 집중력 저하를 보였고, 범(汎)불안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도 3명 중 1명꼴이었다.

이어 10명 중 6명꼴은 흉부 영상 진단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고, 실제로 4명 중 1명꼴은 호흡 곤란을 느꼈으며, 5명 중 1명꼴은 탈모와 발진이 생겼다.

이밖에 가슴 통증, 심계항진(두근거림), 복통, 식욕 부진, 설사, 구토 등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에 속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버넌 친칠리(Vernon Chinchilli) 공중보건과학과 석좌교수는 “많은 코로나19 회복 환자와 건강 관리 종사자들이 후유증이 오래간다고 했다”면서 “이번 연구로 그런 주장이 사실이라는 게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의 전송 전자현미경 이미지
신종 코로나의 전송 전자현미경 이미지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코로나19 후유증의 원인으론, 바이러스가 촉발하는 면역 반응 강화, 감염증의 지속 또는 재감염, 자가항체 생성 증가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진 건 없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포스트 코로나가 만연할 경우 의료 수요가 폭증해 국가 의료 체계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거나 중간 정도인 나라에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학 신경공학 센터의 패디 쎈통고(Paddy Ssentongo) 조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원스톱 클리닉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역사적으로 의료 관리의 불평등이 컸던 지역의 주민들에게 의료 비용을 절감하면서 최적의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