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더비 우승마 약물 양성…타이틀 박탈 위기

최종 양성판정 나면 2위 경주마 우승

‘더비 최다 우승’ 조교사 “잘못 없었다”

올해 켄터키 더비를 제패한 경주마 ‘메디나 스피리트’가 1차 약물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9일 보도했다.

경마장에서 달리는 메디나 스피리트
경마장에서 달리는 메디나 스피리트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도핑 논란이 분분한 경마대회에 새로운 오점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명예의 전당에 오른 조교사 밥 배퍼트 역시 조사를 받아야 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메디나 스피리트가 최종 약물 검사 결과를 통과하지 못하면 켄터키주 루이빌의 처칠 다운스에서 지난 1일 열린 더비 우승 타이틀과 상금이 박탈된다. 또 147년 경마 역사에서 우승하고 타이틀을 빼앗기는 세 번째 사례로 남는다.

메디나 스피리트의 약물 검사가 양성으로 나오면 더비의 우승 타이틀은 2위로 들어온 만달룬에 돌아간다고 경마대회장 측은 밝혔다.

경마대회장 측은 또 배퍼트가 다른 말에도 접근할 수 없도록 출입을 금지했다. 켄터키 경마위원회 측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배퍼트는 이번 켄터키 더비 우승이 7번째로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메디나 스피리트 조교사 밥 배퍼트
메디나 스피리트 조교사 밥 배퍼트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메디나 스피리트에 주입된 약물은 통증과 부기를 줄이는 코리티코스테로이드인 베타메타손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배퍼트는 처칠 다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뉴스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며 “나를 비롯해 우리 팀 누구도 약물을 주입하지 않았으며, 경마대회의 위상을 절대 훼손해선 안된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켄터키 더비와 함께 3대 경마대회의 하나로 꼽히는 프리크니스에 메디나 스피리트를 15일 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프리크니스 주최 측은 해당 경주마에 출전 자격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경마대회는 그동안 약물 규정이 느슨했으며, 경주마의 잦은 부상으로 안락사 비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심지어 조련사들은 돼지와 소를 도축하기 전에 무게를 늘리는 약물이나 코브라 독, 비아그라, 각성제, 항암제 등을 주입하며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메디나 스피리트에서 발견된 소염제를 주입하면 말과 기수에게 모두 위험하다고 한다. 과용하면 말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무리할 수 있어 부상이 더욱 악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주마 안전법’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경마대회에서는 약물 검사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경마대회 인기가 줄고, 약물 주입과 같은 부정행위로 신뢰도가 저하된 게 계기가 됐다.

현재는 경마를 허용하는 38개 주가 제각각의 규정을 운영 중이며, 처벌 역시 강하지 않다.

배퍼트는 지난달에도 다른 말 두 마리에서 금지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처벌은 출장 정지에서 벌금으로 경감됐다.

앞서 지난 2008년 켄터키 더비와 프리크니스를 우승한 릭 더트로우 조교사도 약물 사용으로 2011년 10년간 출장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켄터키 더비 경주 장면
켄터키 더비 경주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