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슘의 왕’ 멸치 중 으뜸은 회로 즐기는 ‘봄멸’

15cm 정도로 육질 단단해 회·쌈밥으로 즐겨…4월 ‘이달의 수산물’ 로 선정

칼슘 함량 높고 비타민D·오메가-3 풍부…’골다공증·관절염·혈전 생성’ 예방

멸치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약 20만 톤 이상 생산되는 대표 수산물로, 밑반찬 또는 국물용 육수로 1년 내내 사랑받고 있다.

봄철에 잡히는 멸치는 특히 인기가 좋다. 부산 등 남해 일대에서 잡히는 봄멸치는 ‘봄멸’이라고 불리는데, 크기가 15cm 정도로 크고 육질이 단단해 맛이 좋다.

멸치축제로 유명한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생산되는 대멸치가 대표적이며, 회나 멸치 쌈밥 등으로 싱싱하게 먹으면 봄 멸치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도 멸치를 4월 ‘이달의 수산물’로 선정했다.

또 멸치는 ‘칼슘의 왕’이란 별명답게 칼슘 함량이 높아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관절염 예방에 탁월한 비타민D가 풍부하며, DHA와 EPA 같은 오메가-3 지방산도 많아 혈전 생성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치는 청어목 멸칫과에 속하는 표층어류다. 17속 144종류의 멸치가 전 세계 온대 해역의 표층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등 쪽은 짙은 푸른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을 띤다. 꼬리지느러미의 기저부에 세로 줄무늬가 있으며, 여기서 푸른색 반사가 일어나 10cm 내외의 작은 멸치가 큰무리를 이뤄 유영하는 모습은 바닷속 장관을 연출할 만큼 아름답다.

횟감용 멸치(수협중앙회 블로그 갈무리)© 뉴스1

15~24℃의 난류역을 중심으로 한류나 연안수가 만나는 플랑크톤 생물 생산력이 높은 해역에서 번성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연근해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태어나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3cm 크기에 못 미치는 어린 멸치부터 3~4년 후 12~15cm 크기로 자란 멸치까지 거의 전 생애에 걸쳐 어획돼 밥상에 오른다.

작고 힘이 없으면서 성질도 급해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기 때문에 멸치, 멸어, 멸치어라고 불리게 됐다. 살이 연해서 빨리 손상되므로 잡는 즉시 자숙 건조, 절임, 젓갈 등으로 가공해야 한다.

멸치가 많은 해역은 먹이 경쟁을 하는 소형 어류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멸치를 먹이로 하는 중·대형 어류의 밀도도 높다. 멸치 떼가 연안으로 접근하면 갈치와 고등어, 전갱이 등의 회유성 어류도 먹이를 따라온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어종의 연안 어장이 형성된다.

동해 중부 연안이나 남해 동부 연안에서는 멸치 떼가 해안 가까이 올라와서 해수욕장에 밀려들기도 한다. 해류가 연안으로 접근할 때 멸치 떼가 고등어나 갈치 등의 포식 어군에 쫓겨서 해안 가까이 올라오는 것이다.

멸치는 남해안에서 번식하는 갈매기에게도 매우 중요한 먹이 공급원이다. 실제로 남동해 연안의 괭이갈매기는 멸치를 비롯한 회유성 표층어류의 자원량이 풍부할 때 왕성하게 번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해양생물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자산어보>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는 멸치를 머리와 내장을 제외하고 펼쳐서 말려 무치거나 조려먹고, 멸치생미역국으로 끓여 먹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일본 히로시마의 멸치잡이 어민이 건너와 멸치어업을 대규모로 시작하면서 멸치산업의 시초가 되었다.

잡아온 멸치를 그물에서 털고 있는 어업인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