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인회가 하는 일을 비대위가 모르게 하라

1만달러 기부행사 한인 언론사에도 ‘쉬쉬’

비대위에는 “기부금 절반만 주겠다” 통보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부문화 확산시켜야

지난 14일 오후 4시경 애틀랜타한인회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한인사회와 애틀랜타한국학교, 한미장학재단 등에 지속적인 기부를 하고 있는 UGA 약학대 명예교수 주중광 박사 부부가 방문한 것이다.

주박사 내외는 코로나19으로 피해를 당한 한인들을 돕는 일에 써달라며 1만달러를 김윤철 한인회장에게 전달했다. 너무나 좋은 뜻으로 기부한 기금이었고 사진에 찍힌 참석자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하지만 이 사진은 기자들이 찍은 것이 아니라 한인회가 찍어 다음날 배포한 것이다. 이전엔 이보다 작은 금액의 기부에도 기자들을 부랴부랴 초청해온 한인회가 유독 주박사 내외의 기금 전달식에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은 것이다. 확인 결과 급하게 잡힌 방문 약속도 아닌데 한인 언론사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것이 의아하기만 했다.

이러한 궁금증은 애틀랜타 범한인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회의 다른 관계자들을 취재하면서 조금씩 풀리게 됐다. 김윤철 회장이 이날 전달받은 1만달러 가운데 5000달러는 한인회 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5000달러만 비대위에 전달해 코로나19 구제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초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김윤철 회장을 포함한 3인의 공동위원장은 “이제부터 모금된 모든 기금은 비대위로 통합해 투명하게 지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러한 약속이 시작부터 한인회 때문에 어긋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한인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기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절반은 ‘떼고’ 나머지만 용도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인지도 궁금하다.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비대위는 “초기에 조성한 자금 1만6000여달러 가운데 현재까지 지출한 금액은 한인회가 노인아파트 방문과 싱글맘 후원을 위해 사용한 5000달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2~3차례의 노인아파트 방문과 싱글맘 수명에게 물품을 전달하면서 5000달러를 사용했다는 설명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증빙자료를 근거로 지출했느냐는 질문에 말꼬리를 흐리는 것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사실 비대위는 한인회가 제 역할을 했더라면 출범할 필요가 없는 조직이었다. 한마디로 한인회가 미덥지 않으니 민주평통과 한인상공회의소가 ‘보증’을 서준다는 개념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런 조직이 한인회의 ‘배신’으로 불협화음을 낳는다면 한인사회에 또 다시 실망감을 안겨줄 뿐이다.

사실 비대위가 지금까지 한 일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지금이라도 비대위 참여단체들은 초심으로 되돌아가 마음을 다잡고 체계적으로 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특히 한인회는 이번 기부와 관련해 투명하지 않게 일처리를 한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이런 일이 이어지면 한인회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기부문화 확산에도 장애가 될 뿐이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