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한파 속, 호텔-전기요금 바가지 기승

전기요금 140배 폭등…”예비전력 없어 더 취약”

호텔은 하룻밤 1천불…혹한·정전 이용한 상술

기록적 혹한으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호텔 방값이 껑충 뛰어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보도했다.

대규모 정전 사태로 집에서 전기가 끊긴 채 지내야 하는 주민들이 추위와 어둠을 피해 호텔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날 한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따르면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의 호텔 예약 가격이 1박에 최고 900달러까지 치솟았다.

사우스오스틴 지역에서는 999달러로 표시된 호텔도 나왔다. 이날 현재 텍사스주에서는 주민 250만여명에게 전기가 끊긴 상태다.

다른 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리건주에서는 숙박 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뛰어오르자 주지사가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케이트 브라운 주지사는 이날 “주민들이 따뜻하고 안전한 곳을 찾고 있을 때 바가지요금을 매기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9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가격에 개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바가지요금이 실제로 호텔이 부과한 것인지, 아니면 온라인 기재 오류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WP는 전했다.

업계 전문가인 브루스 로젠버그는 숙박료 상승은 허리케인 같은 재난 상황마다 되풀이되는 일로, 전염병 대유행 시 손소독제 가격이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전이 계속되고 있는 텍사스주 전기 요금이 1만% 이상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CNN·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텍사스 전력신뢰도위원회(ERCOT)의 전력 도매가는 15일 기준 1메가와트시(MWh)당 9000달러를 웃돌았다.

겨울 폭풍이 오기 이전에는 1메가와트시당 50달러 미만이었다. 로이터통신은 텍사스주가 전기 수요 급증과 기후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예비용량을 미리 구매하는 ‘용량 시장(Capacity Market)’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 급등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ERCOT는 극한의 기후 조건으로 발전설비가 작동을 멈춰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3만MWh(메가와트) 이상의 전력이 손실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340만 가구에 전기가 끊기는 등 정전 사태가 이어졌다.

텍사스주에서는 310만 가구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았고 루이지애나·미시시피·웨스트버지니아·켄터키·버지니아·오하이오·오리건주 등에서는 수만 가구가 정전됐다.

혹한으로 얼어붙은 애틀랜타의 분수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