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생존자들 “계획적이고 냉혹한 살인”

골드스파 생존 한인여성 2명…NBC 뉴스 아시안 섹션과 인터뷰

이은지씨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총격…분명한 증오범죄”

강은자씨 “그는 모든 사람을 죽이러 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발생한 애틀랜타 연쇄 총격 당시 한인여성 3명의 희생된 골드스파에서 살아남은 2명의 한인 여종업원들이 NBC 뉴스와 독점 인터뷰를 갖고 총격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과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의 냉혹한 모습을 생생히 전했다.

NBC 뉴스의 보도(링크) 전문을 번역해 소개한다.

NBC News; Provided Photos

 

이은지씨는 동료 강은자씨가 라이드를 기다리는 동안 골드스파 휴게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틱틱, 틱’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나중에 그것이 총소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두명의 생존자는 한 백인이 그들의 동료 3명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냉혹하게 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계획적이고 동기부여에 열중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은지씨(41)와 강은자씨(48)는 골드스파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종업원들이다. 지난달 16일 애틀랜타 지역 3개 스파에서 이들의 동료 3명과 다른 희생자 5명이 사망했다. 피해자 8명 중 6명은 아시아계 여성이었다

스파에서 숙식을 하는 이씨는 총격이 시작될 당시 졸고 있었다. 강씨는 동료 박순정씨가 부엌에서 뛰쳐나오며 “저게 뭐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녀와 이씨는 또 다른 동료인 김현정씨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들은 후 침묵했다.

강은자씨 Courtesy of Eun Ja Kang

 

강 씨는 휴게실에서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복도 바닥에 엎드린 박 씨를 본 뒤 총을 든 백인과 눈을 마주쳤다고 말했다.

강씨는 휴게실로 돌아와 담요를 뒤집어썼고 이씨는 사용하지 않는 사우나를 위해 숯을 보관하던 커다란 상자 뒤에 숨었다.

강씨는 “사격범이 방으로 조준을 한 뒤 나를 향해 두 발을 쐈고 두번째 총격 때는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다행히 총알은 모두 빗나갔다

강씨는 “그는 은지를 못봤기 때문에 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일을 기뻐해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살아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강씨는 범인이 재빨리 가게를 떠나기 위해 자신이 죽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용의자 롱은 곧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아로마테라피 스파로 이동해 유영애씨를 살해했다.

두명의 생존자는 모두 “범인이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더욱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은지씨는 “그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결심을 실행에 옮긴 살인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자씨는 용의자가 기본적으로 ‘자신의 눈에 띈 모든 사람’을 향해 총을 쐈다고 말했고 이씨는 “잠자코 눈을 감고 그가 떠나기를 기도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동료 3명 중 2명은 죽기 전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면서 “울음소리나 비명이 들리지 않았는데 이는 그가 그들을 보자마자 총을 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스파가 조용해지자 강씨는 곧바로 911에 신고를 했다. 그때도 그녀는 동료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강도가 단순히 오발을 했다고 믿었다.

얼마 후 경찰이 가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용의자가 가게의 앞문과 뒷문을 모두 잠그고 떠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씨는 용의자가 얼마나 꼼꼼한지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이미 너무 겁에 질려 있었고 경찰이 왜 들어오지 못하고 문을 두드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스파와 성인 오락장, 나이트클럽 등으로 둘러싸인 이 스파는 낮시간에는 방문객과 워크인 손님, 때로는 길 잃은 고양이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정문과 후문을 열어둔다. 강씨에 따르면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자신이 약 6년 동안 근무했던 이 골드스파에서 잠을 자면서 교대 근무를 해왔다. 그녀는 식사를 함께 하고 함께 일했던 4명의 다른 직원들과 함께 하루 평균 12시간, 일주일에 7일을 일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3주에 5일씩 휴가를 냈다.

몇년 전 총기 강도를 당했던 이씨는 현금을 요구하거나 경찰 신고를 막는 ‘전통적인’ 강도와 비교했을 때 범인의 행동이 얼마나 다른지 지적했다. 두 생존자에 따르면 용의자 롱은 어떠한 요청도, 명령도 하지 않았다.

이은지씨 Courtesy of Eunji Lee

 

“그럼 어떻게 이것이 증오범죄가 아닐까요?” 이씨는 용의자가 어떻게 아시아계 스파만을 목표로 삼았는지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강씨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그저 사람들을 죽이러 이곳에 왔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냉혹하게 살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로키카운티 셰리프인 프랭크 레이놀즈는 “롱이 범행 장소 중 일부를 자주 방문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씨와 이씨 모두 그를 처음 보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경찰이 도착한 뒤 동료 박씨의 입 근처에서 피를 보기 전까지는 여전히 강도사건으로 추정했었다. 이씨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토대로 용의자가 희생자의 몸이 아닌 머리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녀는 쓰러져 있는 김현정씨의 뒤통수에 피가 고여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때도 그녀는 동료들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녀는 동료들을 병원으로 호송하기 위해 경찰에게 구급차를 부르라고 간청했다. 이씨는 “하지만 경찰은 도와달라는 간청을 무시하고 나를 현장에서 멀리 떼어놓았다”면서 “경찰관들은 우리의 동료들이 죽었다는 사실 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씨는 최근 자신을 위해 ‘고펀드미’ 페이지를 개설한 남편 및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직접 총격의 대상이 됐던 강씨는 아직도 자신의 눈을 거울로 마주치는 것이 괴롭다고 말했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며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 소리마저 총격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고펀드미 후원금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전문적인 정신건강 상담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이같은 경험은 아무도 겪지 말아야 할 생지옥”이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강씨는 숨진 김현정씨가 14년 동안 그녀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녀의 딸과 김씨의 막내 아들은 동갑이다. 김씨의 장남인 23세의 랜디 박씨는 “엄마가 우리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엄마는 낮이나 밤이나 스파에서 일했기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와 이씨는 골드스파에서 동료들이 맞은 마지막 순간을 기억할 때마다 그들의 가족과 커뮤니티의 아픔에 망연자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사건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희생된 동료들과 얘기를 나눴다. 나는 살아있지만, 그들은 왜 죽었을까? 친한 친구들을 잃었고 그들의 아이들은 엄마를 잃어버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맺었다.

Hanna Park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