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인회장 자진사퇴 길 열어줘야”

4개월 넘은 애틀랜타한인회 사태로 한인사회 혼란

이홍기 회장 “악의적 명예훼손 사과하면 사퇴 의사”

무혐의 계기로 극한 대립 멈추고 탈출구 모색해야

“민사 소송 이어지면 한인사회 회복 불가능” 우려

지난 2월 불거진 애틀랜타한인회의 한인회관 동파 수리 보험금 15만8000달러 수령 사실 은폐를 둘러싸고 빚어진 한인사회의 내홍이 벌써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당시 이홍기 한인회장이 보험금 수령 사실을 한인사회는 물론 한인회 이사회에도 공개하지 않고 한인회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 회장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이홍기 회장과 갈등을 빚어왔던 전 한인회관 관리위원회 등이 한인회장 사퇴와 함께 형사처벌까지 주장하면서 극한 대립을 펼쳐왔다.

특히 이홍기 회장이 보험금 수령사실 은폐를 해명하면서 지난해 코리안페스티벌 당시 재정 의혹까지 제기하자 이에 반발한 전 페스티벌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시민의소리’가 결성됐다. 이 단체는 이홍기 회장을 경찰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연방 국세청(IRS)과 조지아주 보험국에 조사를 요청하는 등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이같은 대립이 계속되면서 한인회에 대한 재정 후원이 사실상 중단됐고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끊겨 현재 한인회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식물 단체’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한인사회의 원로인 김백규 전 관리위원장이 이홍기 회장 퇴진을 주도하는 모양새여서 한인사회 곳곳에서 ‘편가르기’와 ‘눈치보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이홍기 회장은 최근 기자에게 “한인회의 정상화와 한인사회의 화합을 위해서 명예 회복이 된다면 자진사퇴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시민의소리가 횡령과 보험사기 혐의로 고발한 형사사건에 대해 최근 경찰과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려 명예가 일부 회복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지속적인 중상과 근거없는 비방을 일삼고 있는 한인 매체와 특정 기자는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인회 재정이 어려워 보험금 수령 사실을 숨기고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잘못이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한인회 자금을 횡령했다고 비방하고 이같은 허위사실을 전세계 한인회장단과 한국 언론에도 유포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사과하지 않는다면 법적인 조치를 통해서라도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인회 관계자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이홍기 회장이 자진 사퇴를 놓고 고민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경찰 고발과 코리안페스티벌 재단 독자 출범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냥 그만둘 경우 중상모략을 인정하는 셈이고 무책임하다는 비판까지 받을까 우려해 사퇴 의사를 철회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민의소리 관계자는 “이홍기 회장은 보험금 수령을 숨겼다는 사실 만으로도 사퇴하는 것이 맞는데 이후 한인회 은행계좌 공개를 거부하면서 스스로 의혹을 키웠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자진 사퇴 후 계좌 내역을 공개하고 검증을 받으면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해 민형사 상의 조치를 철회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홍기 회장이 중도에 사퇴할 경우 5만달러의 공탁금 가운데 절반 가량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무엇보다 한인회 정상화가 시급하기 때문에 원로들과 논의해서 비상 상황을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형사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민사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인회 이사장과 감사, 사무장, 선관위원장 등에게 소송을 예고하는 내용증명이 발송됐고 한인회도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 소송이 실제 벌어지면 1~2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한인사회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홍승원 동남부한인회연합회장은 “만약 애틀랜타한인회장이 대승적인 결정을 내려 사퇴한다면 차세대 중심으로 한인회를 재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동남부 한인사회가 한단계 더 도약하려면 원로들은 뒤에서 재정을 지원하고 차세대들이 앞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애틀랜타한인회가 이번 갈등을 계기로 이같은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한인사회의 화합을 위해 한인회장 자진사퇴를 위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인회 이사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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