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서부, 코로나사태 속 물난리까지

미시간주, 댐 2곳 붕괴 지역에 비상사태 선포

시카고 최고층빌딩 폐쇄…대피소도 ‘거리두기’

미국 중서부 지역에 기록적인 양의 비가 내려 불어난 강물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0대 여성이 물에 휩쓸려 실종되고, 도로와 건물이 잠겼으며, 전력공급도 중단됐다.

19일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시카고를 비롯한 일리노이주와 미시간·인디애나·오하이오 등 오대호 남부지역에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미시간 중부 이든빌에는 홍수와 댐 범람 우려로 주민들에게 소개령이 내려졌다. 휘트머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12~15시간 안에 미들랜드 시내가 약 2.7m의 물 아래 잠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시간주 미들랜드카운티는 성명을 통해 “이든빌 댐과 샌포드 댐이 붕괴됐다”며 “이든빌과 샌포드의 주민들은 즉시 대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휴교 중인 학교를 주민 대피소로 개방했으며, 도로 50여 곳이 폐쇄된 상태라고 밝혔다.

주민 캐서린 시아스는 “지난밤 응급구조대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대피령을 전달했다”며 “매년 조금씩 홍수 피해를 겪기는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존 세인트 크로익스(62)는 “밤새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를 당부하는 안내방송이 계속 나왔다”면서 “무서웠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측은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에 대비, 대피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디애나 북부 크라운포인트의 경우 지난 17일 밤, 15분 사이 25.5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데이비드 어랜 시장의 집 지하실에도 90cm가 넘는 물이 찼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시카고 도심의 초고층 빌딩도 침수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시카고 마천루의 상징인 윌리스타워(구 시어스타워·413m) 지하에 물이 차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건물 폐쇄령이 내려지고 입주자와 방문객들의 출입이 금지됐다.

시카고 소방청은 19일 오후 7시 현재 “시 당국·전력공급업체 등과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언제쯤 전력 공급이 재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수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며 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주택가 주민들과 도심 지하차도 등의 노숙자 구조에 나서기도 했다.

시카고 교외 듀페이지 카운티에서는 불어난 강물에 18세 여성이 휩쓸리며 실종됐다.

자폐증이 있는 피해 여성은 지난 16일 오후 6시경 개 2마리를 데리고 숲 보존지구 내 다리를 건너다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 작업을 벌이다 19일 중단한 구조당국은 “강 수위가 너무 높고, 물살이 빨라 작업이 어렵다. 이번 주말에나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ABC방송은 기상청 자료를 인용, 이달 들어 지금까지 시카고 지역에 총 211mm의 비가 내렸다면서 지난해 수립된 5월 최대 강수량 210mm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고 전했다.

물에 잠긴 미시간주 주택가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