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밀려서…루이비통 한국 면세점 매장 폐쇄

롯데, 신세계 등 시내 면세점 점포…”주력시장 중국 이전” 우려도

세계 3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따이궁(보따리상)들에 의한 ‘대량구매’가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루이비통의 가치와 정책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면세전문 매체 ‘무디 데이빗 리포트’는 2일 “루이비통은 오랫동안 영업을 지속해온 한국을 포함한 상당 수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할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철수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내→공항 면세점 중심 전환…”한국 시내면세점 따이궁 의존도 높아”

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현재 서울 4곳, 부산 1곳, 제주 2곳 등 총 7개 시내면세점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매장을 순차적으로 닫을 것이라는 게 무디 데이빗 리포트의 예측이다. 루이비통의 철수가 현실화되면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과 신세계면세점 명동 본점, 신라면세점 서울,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등 서울 4곳과 부산 롯데면세점, 제주 롯데·신라면세점 등 총 7개 시내면세점에서 운영 중인 루이비통 매장은 문을 닫게 된다.

다만 기존 인천공항 제1터미널 매장은 그대로 운영하고, 2023년 인천 제2터미널에 2호점을 열겠다는 계획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무디 데이빗 리포트는 철수설의 배경에 대해 “루이비통은 중국 현지 항공 터미널 등 공항 (면세점)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또 그룹투어(단체여행객) 대상 매장 대신 FIT(개인 여행객)에 주력하는 홍콩 마카오 시내점과 일본 오키나와 DFS 면세점 매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루이비통은 그룹투어에 중점을 둔 시내 면세점에서 중국 공항 (면세점)과 마카오 매장 등 FIT 중심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며 “그룹투어보단 특별한 (개인) 고객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해 더욱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국내 시내면세점을 철수 ‘제1 타깃’이 될 것이란 근거로는 지나치게 높은 중국 따이궁 의존 문제를 들었다.

무디 데이빗 리포트는 “한국 시내면세점 철수 결정에는 지난 2017년 중국-한국간 일어난 사드 배치 논란 이후 짙어진 불안감이 반영됐을 수 있다”며 “사드 갈등으로 인해 중국의 전통적인 관광객(대상 사업)은 붕괴되고 점차 더 따이궁에 의존하게 됐다. 그리고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과 2021년에는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국내 면세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있기 전에도 중국 따이궁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60~70%에 달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90%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면세업계 “타격 불가피”…’중국매장 확장’ 적극 행보와 대조

국내 주요 면세점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철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논의가 이뤄지거나 통보를 받은 적도 현재까진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철수가 현실이 될 경우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루이비통의 철수가 현실이 되면 매출 타격은 물론 매장 운영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루이비통은 면세점에서도 가장 넓은 매장을 운영하고 가장 많은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철수한다면 가뜩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면세업계의 운영·고용 문제가 더욱 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철수 배경으로 중국 따이궁 문제를 들고 있는데, 한도가 있는 면세점 특성상 우려하는 ‘대량구매’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루이비통이 한국보단 내수시장 규모가 크고 면세시장 사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으로 아시아 주력 시장을 옮기기 위한 사전작업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중국은 2023년까지 중국 6개 공항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홍콩 국제공항에도 2호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무디 데이빗 리포트는 “중국은 이번 조치로 루이비통의 중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공항 매장이 중국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루이비통은 2025년까지 중국 모든 광역지역에 현지 매장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국내선 터미널 매장의 가격은 현지 시장과 동등한 수준이지만 이 브랜드(루이비통)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은 데다 승객도 많다”며 “또 현지 소비자들에게 고급 매장과 VIP 혜택, 애프터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만큼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 면세업계의 경우 “면세점뿐 아니라 국내 명품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 대조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루이비통 매장 앞에 소비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