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산불…12세 소년, 강아지와 함께 숨진채 발견

서부 3개주 해안 휩쓰는 동시다발 산불로 10명 사망

캘리포니아 ‘어거스트 복합산불’ 피해규모 사상최대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해안가의 3개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최소한 10명이 숨지고 일부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현지 언론들은 10일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일어난 산불로 1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산불로 휩쓸고 간 일부 마을에서 추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숨진 토프트군 Courtesy Tofte family

오리건주 라이언스시에서는 12살 소년 와이어트 토프트군이 기르던 강아지와 함께 화마가 치솟은 집에서 나란히 누워 숨진 채로 발견됐다. 소년의 할머니도 역시 사망했고 어머니는 현재 중화상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있다.

토프트 군은 오리건주의 유명 테마파크인 ‘엔챈티드 포리스트(마법의 숲)’ 창립자인 로저 토프트의 증손자이다.

워싱턴주에서는 ‘골드스프링스 파이어’로 어린이가 1명 숨졌다. 또 숨진 어린이의 친척 2명은 헬리콥터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뷰트카운티에서 발생한 ‘노스 복합 파이어’로 숨진 3명의 유해를 수습하고 있다고 관리들이 밝혔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8건의 산불 현장에 1만4000여명의 소방관이 출동해 화마와 싸우고 있다.

지난달 번개로 시작된 ‘오거스트 복합 파이어’는 주 역사상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산불로 발전했다. 지금까지 47만1000에이커(약 1906㎢)를 태워 그 이전 사상 최대였던 2018년의 멘도치노 복합 파이어(45만9000에이커)를 앞질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240㎞ 지점에서 발생한 ‘노스 복합 파이어’는 지금까지 25만에이커(약 1012㎢) 이상을 불태우고 24%가 진화된 상태다.

캘리포니아주 중부에서는 ‘크리크 파이어’가 발생해 약 260채의 구조물을 파괴했다. 이 산불의 피해 면적은 16만6000에이커(약 672㎢)로 커졌고 이 불로 3만명이 대피했지만 진화율은 0%다.

이처럼 폭발적인 산불의 확산으로 전날인 9일 주내 18개 국립산림은 모두 폐쇄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캘리포니아주 소방국(캘파이어)에 따르면 올해 들어 250만에이커(약 1만117㎢) 이상의 면적이 산불에 소실됐다. 이는 연간 산불 피해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이맘때 4900여건의 산불로 11만8천에이커가 불에 탔는데 올해는 760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도전은 기후 변화로 촉발된 것으로 여겨지는 극한 산불”이라고 말했다.

전날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하늘을 온통 주황색으로 물들여 ‘핵겨울 같다’, ‘화성 같다’는 반응이 나오게 한 매연과 연기는 이날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대낮에도 하늘이 어둑어둑한 상황이다.

국립기상청(NWS)은 연기가 자욱한 상황이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오리건주에서는 거의 50건의 산불이 지금까지 47만에이커(약 1902㎢)를 전소시켰다. 이로 인해 일부 마을과 주택 수백채가 파괴됐다.

이 주의 탤런트, 메드퍼드 같은 마을을 촬영한 항공사진을 보면 집을 따라 이어진 도로들이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모두 숯이 됐다고 NYT는 전했다.

오리건주 중부의 ‘비치크리크 파이어’는 당초 피해 규모가 500에이커에 못 미칠 것으로 소방 당국은 예상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풍이 닥치며 하룻밤 새 13만1천에이커로 피해 규모가 커졌고 지금은 15만8000에이커(약 639㎢)로 확대됐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전날 연방정부에 비상사태를 선포해달라고 요청했다.

워싱턴주에서도 이번 주 들어 48만에이커(약 1942㎢)가 소실된 가운데 일부 마을이 사실상 파괴됐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기후변화가 이런 산불들을 더 빈번하고, 더 피해가 크면서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오리건주 피닉스의 ‘앨러미더 파이어’ 피해 현장을 보안관리들이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