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임명 미국 사제, 아동성학대 파문에 사임

미네소타주 덜루이 교구…프란치스코 교황 사임서 수리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교로 임명한 미국의 한 사제가 아동 성 학대 의혹으로 취임도 하기 전에 사퇴했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동부 덜루이 교구의 주교로 임명된 마이클 멀로이(66) 신부가 자진 사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일 멀로이 신부의 사임서를 수리했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멀로이 신부는 지난 6월 19일 교황에 의해 주교로 임명됐으며, 내달 1일 서품식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후 아동 성학대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그가 봉직했던 미국 사우스다코다주 래피드 시티 교구가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멀로이 사제의 아동 성 학대 의혹을 접수했다고 지난달 공개한 게 시발점이다.

해당 교구는 이를 경찰에 알리고 멀로이 신부에게도 모든 사목 활동을 중단하라고 명했다.

이 교구는 주로 평신도들로 구성된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검토하고서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멀로이 신부는 결국 교황청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주교로 임명된 사제가 취임도 하기 전에 불미스러운 일로 자진 사임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불거진 사제의 아동 성 학대 문제로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급기야 교황이 근원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자 작년 2월 미성년자 보호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기도 했다.

교황 지시에 따라 교황청도 단계적 대응 매뉴얼을 담은 핸드북을 발간해 전 세계 교구에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아직은 실효성 있는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 주례한 주일삼종기도에서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