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주민, 부당한 체포 저항할 수 있다”

주대법원 “체포 거부, 공공기물 파손 처벌 못해” 판결

250년된 관습법 인용…경찰 “체포방법 재교육하겠다”

경찰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느낄 경우 저항해도 괜찮을 걸까?

미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이같은 일이 법률적으로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 AJC에 따르면 조지아주 대법원은 한 초등학교 앞에서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을 폭행하고 경찰차 문을 부순 조지아 주민이 낸 소송에서 “조지아 시민은 부당한 체포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는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흑인인 크리스토퍼 글렌은 지난 2018년 5월18일 오후 2시30분경 조지아주 에덴스시 오글소프 초등학교 앞을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검문에 나선 경찰관에게 체포될 위기에 처했다. 누군가 글렌을 수상한 사람으로 여겨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

글렌은 “경찰에게 이름을 말한뒤 학교 앞을 지나 귀가하는 길이라고 설명했지만 갑자기 수갑을 채우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글렌은 체포하려는 경찰관의 이마를 자신의 머리로 들이받고 다른 경찰관과는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수갑이 채워져 체포된 글렌은 저항하다 경찰차의 문을 발로 세게 걷어차 손잡이를 부수기도 했다.

글렌은 배회(loitering)와 정부기물 파손이라는 혐의로 기소됐고 이어 기나긴 법정 투쟁이 시작됐다. 상급심인 고등법원은 “배회라는 죄목만으로 체포를 시도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경찰차를 파손한 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고 글렌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상급 법원인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판결을 통해 “글렌은 불법적인 체포에 저항하기 위해 용인될 만큼의 무력만 사용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결의 근거로 미국 건국 당시인 지난 1776년부터 도입됐던 영국의 관습법을 들었다. 존 엘링턴 대법관은 “미국 헌법에 새겨진 이 관습법에 따르면 시민은 불법적인 체포에 저항하거나 불법적인 감금으로부터 도주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모든 체포에 대한 저항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남부인권센터의 제러 웨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잘못 해석해서 무작정 경찰관을 따돌리려 하다가는 경찰관의 대응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면서 “특히 공무집행방해(obstruction) 등 다른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으니 상식적으로 과도하거나 불법적인 체포에 최소한의 저항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한편 경찰등 사법기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긴장하는 분위기다. 빅 레이놀즈 GBI(조지아수 수사국) 국장은 “합법적 체포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저항할 것”이라면서 “자칫 나쁜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GBI와 다른 사법기관들은 용의자를 다룰 때 그들이 적절한 체포를 집행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도록 집행관들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아주 대법원 전경/WTVM-TV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