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의 대선 이변, 한인 등 아시안이 주도”

NYT “아시아계 인구 증가로 정치지형 변화…바이든 당선에 한몫”

민주당 아시아계 유권자 구애 노력…시민사회도 정치조직화 활발

이번 11·3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0.25%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표차로 승리를 안겨준 조지아주에서 한인 등 아시아계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특히 조지아주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고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 중 하나인 귀넷카운티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18%포인트라는 넉넉한 격차로 승리했다.

조지아주 전체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표차가 0.25%포인트에 불과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바이든의 압승에 가까운 결과다.

귀넷 카운티에서 바이든이 대승을 거두고,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됐던 조지아에서 민주당의 세가 확대된 것은 아시아계 인구가 크게 늘면서 이들을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려는 노력이 상당한 결실을 거뒀기 때문이다.

현재 귀넷 카운티 인구의 12% 정도가 아시아계로 추정된다. 조지아주 전체의 아시아계 비율은 4년 전 1.6%에서 올해 2.5%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미국의 주요 인종·소수민족 그룹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유권자 그룹이다. 2000년부터 지난 20년간 귀넷 카운티와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 유권자 수는 갑절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민주당이 이렇게 급격히 늘어난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것이 이번 대선에서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NYT는 이와 관련해 조지아에서 지난 2018년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주의원(민주당)이 주지사직에 도전하면서 아시아 이민자사회를 담당하는 전담 참모를 둔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여성 흑인 정치인으로 조지아 정계에서 활약하던 에이브럼스는 선거에서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아시아계 유권자들을 집중공략한 덕에 이들의 표 중 압도적인 비율인 78%를 가져갔다.

이와 더불어 조지아의 시민사회에서도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려는 노력이 활발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사법정의 확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AAAJ’의 애틀랜타지회 풀타임 직원 제임스 우(한국명 우 찬, 35)씨는 NYT와 인터뷰에서 자라면서 인종차별을 많이 봐왔다면서 “내 자식들에게는 그렇게 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온 우씨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권익을 지키기 위해선 더 많은 아시아계를 선거를 통해 공직자로 선출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여겼다.

그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한인 언론에 정치광고를 게재하거나 한인 교회를 돌며 발언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한인 유권자들과도 적극적으로 대화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시아계 유권자들 대부분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적 규모에서는 아시아계의 민주당 지지율이 높지만 부모의 출신국가나 세대에 따라 정치성향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데이터분석기업 AAPI에 따르면 가령 베트남계 이민 1세대는 공화당 성향이 강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그들의 자녀들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부모세대보다 낮다.

조지아의 한 한인마트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한 50대 한인 여성은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중국의 시진핑에게 직설적으로 말한다거나 바이러스 같이 비교적 작은 이슈는 넘겨버리고 큰 이슈인 경제에 집중하는 것이 좋았다면서 “미국이 부자여야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다른 한인 IT 종사자는 “나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들은 미쳤다”면서 경제는 잘 관리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는 실망스럽다고 했다.

지난 2013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당시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몰 미군장병에 헌화한 뒤 취재진에게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