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총수 ‘등극’…”미래사업 속도”

공정위, 실질 지배력 고려해 지정…”정의선 시대 본격화”

“미래사업 투자 적극주도, 그룹 순환출자고리 해소 기대”

현대자동차그룹 총수(동일인)가 21년 만에 정의선 회장으로 바뀐다. 정몽구 명예회장 체제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고, 정의선 회장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미래사업과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9일(한국시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현대자동차그룹 동일인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동일인 변경은 사망이나 의식불명 등의 심각한 상황에서 이뤄져 왔지만, 공정위는 현대차의 경우 실질적 지배력을 고려했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이 많고, ‘상왕'(上王)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지만 주요 보유 지분(현대자동차㈜ 5.33%, 현대모비스(주) 7.15%)에 대한 의결권을 정의선 회장에게 포괄 위임했기 때문이다.

또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취임 이후 임원 변동과 투자 등 주요 경영상황을 주도한 것도 총수 지정에 작용했다. 실제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그룹 대표 자격으로 대외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면서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명실상부하게 수행하고 있어 공정위에 동일인 변경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도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2세들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며 “인공지능 등 신기술, 신산업의 출현, ESG 라는 신 경영 패러다임의 대두 등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공식 총수로 정의선 회장이 인정받으면서 미래 사업 투자와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후 1조원 규모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하고, 기아자동차 사명을 기아로 변경했다. 또 현대오토에버㈜·현대 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합병을 주도했다.

앞으로도 수소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진행한 타운홀미팅에서도 “우리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이 돼야 한다”며 “자율주행이나, 수소연료전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같은 부분은 빠르게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서 선두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배구조 개편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모비스→현대차→기아→모비스’, ‘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제철→모비스’, ‘모비스→현대차→글로비스→모비스’, ‘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 회장은 그룹의 비상장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시작으로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착수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마련된 실탄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시대가 온 만큼 현대차그룹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과 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고려하고, 시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해 최적의 시점과 개편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 개편안이 마련되는 대로 시장과 적극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동일인(총수)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