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매·유지 비용, 개솔린차와 비슷해져

WSJ “반도체 불황에도 전기차업계 반도체 수요는 증가”

최근 미국에서 전기차의 가격 하락으로 구매·유지비 등 총소유비용(TCO)이 내연기관차와 거의 비슷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전기차 가격이 아직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싸지만,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연료와 유지비용을 감안하면 일부 모델에서는 빠르면 2년, 늦어도 5년 만에 차량 가격 차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너지·기후변화 정책 싱크탱크인 에너지 이노베이션의 로비 오비스 선임이사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월별 소유 비용을 기반으로 이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고 WSJ은 전했다.

동급 휘발유 차량인 도요타 RAV4를 같은 조건으로 구매하면 차량 가격은 3만4000달러(4400만원)지만, 휘발유 가격으로 인해 5년간 차량 소유에 드는 총비용은 4만5000달러(5800만원)로 추산돼 RAV4 대신 마하-E를 몰아도 추가 비용이 1년에 200달러(약 26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휘발유 가격이 유지된다는 전제로 계산된 것으로 휘발유 가격이 더 오르면 전기차 유지비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적어질 수도 있다고 WSJ은 예상했다.

이처럼 차량 가격 차이가 좁혀진 것은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의 제조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핵심 요인인 배터리 가격이 규모의 경제 실현과 기술의 진보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최근 전기차 생산이 확대되면서 배터리도 대량생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올해 세계 전기차가 2000만 대 생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속적인 기술 진보가 이어지면서 최근 들어서는 철을 기반으로 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포함해 기존 배터리보다 값싼 물질을 활용하는 새로운 배터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의 폴 오거스틴 지속가능성 담당 이사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소유·유지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을 자사의 일부 운전사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다양한 모델이 출시된다면 이들 운전사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전기차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기차의 인기가 커지면서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반도체 판매가 급감하는데도 차량 반도체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차량에 직접 들어가는 반도체뿐 아니라 노동력 부족 해결과 비용 절감을 위한 차량 생산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위한 반도체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의 자동차 반도체 회사인 NXP, 독일의 인피니온, 일본의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미국의 아날로그디바이시스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최근 자동차 부문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일제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