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인 “1972년 5월 10일 서울시청 뒤 두고 간 분 찾아요”

로버트 안데르센(김기정) 씨 “친부모 찾지 못해도, 삶 있게 해 줘 감사”

김기정 씨 어린 시절 모습
김기정 씨 어린 시절 모습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제공]

“저는 1972년 5월 10일 오전 7시경 서울시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뒤편에서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고 합니다. 두고 가신 분을 찾습니다.”

1974년 8월 미국에 입양된 로버트 안데르센(한국명 김기정·50) 씨가 뿌리를 찾고 있다.

28일 그가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에 보낸 친가족 찾기 사연에 따르면 발견 당시 김 씨와 친부모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한국 이름과 생일(1972년 2월 4일)은 모두 보육원에 인계되면서 정해졌다고 한다.

그는 한국을 떠난 지 23년째인 1997년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았다. 당시 서울에 도착했을 때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마음속의 뻥 뚫렸던 구멍 같은 것이 마침내 메워지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찾은 그는 뿌리 찾기에 나섰다. 충현보육원과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해 어떤 기록이라도 찾으려고 했지만, 홍수로 인해 자료가 없어졌다는 설명을 듣고는 포기했다.

다만 자신이 어린 시절 한국에서 생활할 때 누군가 찍었던 3장의 사진을 입양인지원센터에 보냈다.

그는 “친부모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려울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다만 그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제게 삶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입양인으로서의 삶이 어렵긴 했지만, 현재 저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고, 부모님을 뵙는다면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부모님의 이야기도 듣고 싶을 뿐”이라고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친부모 찾는 김기정 씨 모습
친부모 찾는 김기정 씨 모습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제공]